MBA (Tuck & IESE)2013. 3. 26. 07:11

아마도 퇴직 전까지 내 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방학은 유난히 바빴다. 전문적인 것도 아니고 적당히 구색 갖춘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게 이렇게 어렵고 자원이 많이 들어갈 줄은 미처 몰랐다. 그 와중에 새삼스레 배운 점 하나: 세상에 좋은 아이디어 있다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는데 막상 그걸 구현해줄 수 있는 좋은 엔지니어는 늘 턱없이 부족하구나. 그들이 진정한 갑이더라. 난 왜 엔지니어 때려치우고 MBA왔을까 잠깐 고민해봤다.

머리 싸매고 조물딱 거리던게 조금씩 진전을 보이면 그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매일 깜깜한 밤 자기 직전까지 케이스 읽고 과제 하고 페이퍼 쓰고 허덕이며 사는거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지만 재밌는 주제를 만나 찾아보고 읽고 고민하며 하나 둘 깨우치고 배우는 순간만큼은 짜릿하다. 모든 것을 돌이켜보면 나는 생각보다 많이 변하고 배웠다.

이제 마지막 학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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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Tuck & IESE)2013. 2. 17. 09:24

아직 한 학기가 더 남긴 했지만 MBA가 막바지에 이르니 주변으로부터 앞으로의 신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마음의 결정은 내렸는지, 졸업하면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미국에 남는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오는지, MBA과정이 결국 내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이러한 모든 질문들에 답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겠지만, 나는 이곳 미국에서의 MBA를 통해 무엇을 얻었냐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련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보고 배웠다고.

일전에도 여러 차례 꿈이니, 마음의 목소리니, 하고 싶은 일을 찾느니 라는 소리를 했었는데 그게 대체 구체적으로 무얼까? 나의 2년은 꿈을 다루는 것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그러한 화제에 대해 조금씩 알아 나가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봐야지는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실로 많은 세상의 리더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사실은 마음 한켠에서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들이지만, 또 막상 누가 물으면 쉽게 설득력있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러한 생각들과 깨달음과 신념들을 이제는 조금 구체적으로 연결하고 정리해볼까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당신의 인생,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Part I 에 이어지는 글이다. 아래 글을 읽기 전에 왼쪽 링크를 참조해주기 바란다.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세, 성공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꿈을 꾸기에 삶이 녹록치가 않다. 정말로 현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로는 하고 싶은 것들을 그만두고 무거운 현실을 다루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갖는 것이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고 뜨거운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쓰디쓴 역경이 찾아왔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주는 감동과 그것을 이룰 내일에의 기대감이 나를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었다. 여유로운 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때로는 인생의 무기력과 생의 포기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이끌어주는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꿈을 추구한다는 게 사치처럼 생각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성취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목표와 꿈을 동일시하니까 그 달성의 성패 여부가 곧 인생의 한방 승부, 올-인-원 도박이 된다. 꿈은 방향이고, 모 아니면 도의 외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꿈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목표가 나를 떠밀게 하지 말고, 내 목소리가 계획과 목표 달성을 끌고 가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과 여정이 말해주는 이야기(story)가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목표를 세우기 전에 "왜" 나는 그것을 이루고 싶었나를 먼저 묻고 그것에 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에 대한 대답을 찾고 나면, 그로 향하는 길이 꼭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좋고, 단기간에 대박이 나지 않아도 좋고, 멋지게 넘어져 실패해도 좋다. 바로 지금부터 고민하고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며 조금씩 나의 꿈을 진화시키자. 목표 달성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진보에의 필수 과정이다.

꿈이 비전을 향한 어떤 여정 자체라면, 실패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성공에 대해서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물질적인 소유물의 축적이나 권력이나 직위의 달성이 아닌, 자신의 신념의 성취로부터 오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바로 우리의 성공의 척도다. 농구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선수이자 감독 모두로 올랐으며 ESPN에서 모든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는 고 John Wooden은 다음과 같이 성공을 재정의했다.

[전략] 저는 미스터 웹스터경이 (성공에 대해) 정의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소유물의 축적이나 권력이나 직위의 달성이나, 또는 비슷한 종류의 것. 아마도 가치 있는 성취들, 하지만 제 의견으로는 성공이 꼭 그렇게 직설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 뭔가를 찾아내고 싶어했죠...

글쎄, 그게 어디엔가, 제가 생각하기에 제 마음 속에 숨겨진 채 있다가 몇 년 이후에 튀어 나왔어요. 절대로 남보자 더 잘되려고 하지 말아라,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워라. 너의 최고가 되는 것을 절대 멈추지 말아라 - 그것은 너의 통제하에 있으니 - 만약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몰입하고 연관되고 걱정하면, 그것이 네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도 역으로 작용할 것이다... 

네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얻어지는 자기만족 그리고 마음의 평화죠.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리고 여러분에게 존재하는 상황을 개선하려고 시도한다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성공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상대방보다 득점을 많이 하고도 질 수 있고, 적게 득점한 게임에서 이길 수도 있습니다...  [후략]


이러한 성공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나에게 진정성(authenticity)을 가져다 주었다. 자신과 남을 비교 평가하려 들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에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것. 내 주변에 있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고 내 파트너와 배움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 내가 남들보다 똑똑하지 못하고 가진 것이 적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고, 남들 앞에서 있는 척, 아는 척하지 않고 진솔해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2년전의 나에 비해 나의 하루하루는 많이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비전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리는 어떤 꿈을 꾸는가?

작년 가을 이집트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난생 처음 피라미드를 눈앞에 두고 나는 언덕에 걸터앉아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꽤 집중해서 30분쯤 그리느라 별로 주변을 살피지 않았지만 무언가 점점 시끌시끌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기를 끝내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근방에서 낙타를 끌고 기념품이나 사진 촬영을 팔던 어린 꼬마들이 나를 둘러싸고 앉아 내 그림을 보고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이방인이 자신들의 사는 곳을 그리는게 그렇게 기쁘고 신기했나보다. 너도나도 나와 사진을 찍고 싶어 난리였다. 원래는 그렇게 사진을 찍고는 돈을 요구하는데 아이들은 그저 신나서 까맣게 잊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반 시간 동안이었지만 그 가난한 아이들의 자랑거리었다. 난 내가 쓰던 그림 도구를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고,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고작 몇 천원이면 사는 4B연필과 지우개 조각이었다. 그 아이들 역시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억이 되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 있었지만 잠깐이나마 환히 웃으며 서로 연결되었다. 

이곳 MBA에 와서 마음 깊이 존경하는 Visionary leader들, 특히 John H. Vogel Jr.교수의 E-Ship in Social Sector에서 만난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 다양한 영감(Inspiration) 얻을 수 있던 것은 내게 있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내가 그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라서, 똑똑해서, 높은 지위에 있어서가 아니고, 그들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그를 통해 그리고자 하는 미래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강하게 공명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대학을 나오고, 최고의 회사를 이끌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더라도 그게 그저 본인의 능력(Capability)의 입증에 불과한 사람이 있고, 이 세상에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어떤 종교적인 메세지가 아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적인 활동을 하라고 설득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미 알고 있다. 어렸을 때 간절히 원하던 장난감을 얻었을 때처럼,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좋은 차를 사고, 멋진 옷을 입고 뽐내고 다녀도 그 무대 속에 자신 뿐이라면 금새 공허해진다는 것을. 나 하나 편안하고 풍요롭게 잘 먹고 잘 사는게 아니라, 시야를 넓혀 세상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비전 안에 있길 바란다. 

꿈, 비전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산물이다. 해리 포터의 작가 J.K.Rowling은 2008년 하버드 졸업식 연설에서 상상력은 다른 사람들의 기쁨, 고통, 슬픔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한 바 있다. (In its arguably most transformative and revelatory capacity, it is the power that enables us to empathize with humans whose experiences we have never shared.) 

꿈은 누리는 자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당신의 현재의 무기력함의 핑계도 아니며, 경쟁에서의 승리도 아니다. 나를 달리게 하는 가장 강한 힘이고, 내가 사는 이유다.

So given a Time Turner, I would tell my 21-year-old self that personal happiness lies in knowing that life is not a check-list of acquisition or achievement. Your qualifications, your CV, are not your life, though you will meet many people of my age and older who confuse the two. Life is difficult, and complicated, and beyond anyone’s total control, and the humility to know that will enable you to survive its vicissitudes.

만약 나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21살의 나에게 말해주겠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인생이 무언가를 하나하나 획득하고 성취해 나가는 체크리스트가 아님을 깨닫는 것에 있다고 말입니다. 당신의 자격증, 당신의 이력서가 당신의 인생이 아닙니다. 비록 여러분은 앞으로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채 사는 내 나이 또래나 심지어 나보다 더 연륜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겠지만요. 삶은 어렵고, 복잡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의 밖에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겸손함이 삶의 우여곡절에서 여러분을 살아남게 해줄 겁니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당신의 인생,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Part I 에 이어지는 글이다. Part I은 왼쪽 링크를 참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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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Tuck & IESE)2013. 2. 16. 11:03

아직 한 학기가 더 남긴 했지만 MBA가 막바지에 이르니 주변으로부터 앞으로의 신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마음의 결정은 내렸는지, 졸업하면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미국에 남는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오는지, MBA과정이 결국 내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이러한 모든 질문들에 답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겠지만, 나는 이곳 미국에서의 MBA를 통해 무엇을 얻었냐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련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보고 배웠다고.

일전에도 여러 차례 꿈이니, 마음의 목소리니, 하고 싶은 일을 찾느니 라는 소리를 했었는데 그게 대체 구체적으로 무얼까? 나의 2년은 꿈을 다루는 것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그러한 화제에 대해 조금씩 알아 나가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봐야지는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실로 많은 세상의 리더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사실은 마음 한켠에서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들이지만, 또 막상 누가 물으면 쉽게 설득력있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러한 생각들과 깨달음과 신념들을 이제는 조금 구체적으로 연결하고 정리해볼까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글이 길어져서, 한 호흡 쉬어가기 위해 파트를 나누었다. 중간 중간 동영상을 걸 텐데, 시간을 들여 꼭 한 번 볼 만한 것들이다.

Part II.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세, 성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꿈을 갖는다는 것은 무얼까?

어른이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다. 대답은 각양각색이다. 선생님이요, 과학자요, 대통령이요. 얼마 전에 친구가 내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넌 꿈이 뭐니. 돌아가서 조선 회사 사장하는거? 꿈이 뭐냐라는 질문은 앞으로 뭘 하고 싶냐라고 묻는 것인데, 이렇듯 우리는 종종 직종이나 직함과 같은 타이틀로 대답을 하곤 한다. 

나는 요즘 꿈을 갖는다는 것은 "뭐뭐가 되겠다"와 같이 어떤 직업을 원한다는 선택도 아니고, 경력 개발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것들에게는 차라리 계획과 목표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 목표의 달성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상황, 세상, 변화를 그리는 비전이 저변에 있어야 하고, 그게 먼저 정의되어야 한다.  나의 인생은 어떤 골인 지점이 있어서, 그것을 넘는 순간에 끝나는 일회성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가 "과학자가 되겠어요"와 같은 목표스러운 꿈을 더 자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게 더 명료하기 때문일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나면, 무엇을(what) 어떻게(how)해야 할 지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과학자가 되는 순간이 아니라, 왜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은지이다.

비전은 왜(why)에 대한 대답이다. 왜 내가 이러한 목표들을 추구하는지, 더 나아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하루 살아가는지의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대답이다. 그것은 곧 신념이자 자기 정체성과 연결된다. Simon Sinek은 아래의 강연에서 리더들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모티베이션을 창조해 내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왜"라는 것은 즉: 무엇이 당신의 목적인지? 당신의 이유가 무엇인지, 당신의 신념이 무엇인지를 의미합니다. 당신이 속한 조직은 왜 존재합니까? 당신은 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납니까? 왜 누군가 신경을 써야 합니까?결과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외부에서 안쪽으로 향합니다. 우리는 가장 명백한 것부터 시작해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향해 가죠. 하지만 영감을 주는 리더들 그리고 단체들은, 그들의 크기와 산업에 상관없이 모두 생각하고, 행동하며 소통합니다. 내부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중략]

목표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는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지요. 목표는.. 단지 직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지요. 알다시피, 저는 항상 이것들을 말합니다. 만약 단지 그 일을 할 수 있어서 고용했다면, 그들은 돈을 위해 일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을 고용한다면, 그들은 여러분을 위해 열과 성의와 땀으로 헌신하며 일할 것입니다.... [후략]


그렇다면 이제 한 번 물어보자. 왜 우리는 무언가가 되고 싶을까? 왜 나만의 사업을 열고 싶고, 지독하게 준비하고 미국에까지 MBA를 와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어떻게 경력 개발을 할지 궁리를 할까?

내가 살던 사회에서, 그리고 과거의 나를 포함한 이곳 MBA에 와서 조차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꿈들이 암시하고 있는 비전은 비슷해 보였다. 오늘보다 더 풍요로운 앞으로의 삶을 영위하는 것 - 돈을 많이 버는 것. 유명해지는 것.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Simon이 주장하듯 이러한 것들은 실상 이유가 아니라 결과물(output)다. 어떤 궤도 이상에 이른 사람들이 누리는 타이틀을 부러워 함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돈과 명예가 최종 목적이 아닌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자신 만의 꿈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닌 사람들조차도 종종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먼저 부와 지위를 단기적으로 빨리 달성해서 여건을 형성한 후에 나만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The Monk and The Riddle의 저자인 Randy Komisar가 이를 미뤄 둔 인생 계획 "Deferred Life Plan"이라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믿는 것들은 일단 뒤로 미뤄 두고, 열심히 일하고 돈 벌고 성공해서 조기 은퇴 후에 그러한 것들을 즐기고자 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생 계획에 대해 Randy는 책 전반에 걸쳐 경고한다. 성공적인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그는 이른바 창업을 통해 대박을 내서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 연설에서도 말하지 않았나. 내일 죽더라도 오늘 하고 있는 일을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라고. 은퇴 후 넉넉한 취미 활동 자금을 모으는게 오늘의 내가 하고 있는 일이라면 아마도, 내일 내가 죽는다면 절대 하지 않을 거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가 흔히 꿈꾸는 결과/물질 지향적 삶은 동기 부여가 없고 일관되지도(consistent) 또 지속적(sustainable)이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금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이나, 퇴직 후에 하고 싶은 일이나 둘 다 성취하기 어렵다. 그 두 개의 분야에서, 왜 자신이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대기업에서의 내 직장 생활이 그랬고, 아마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의 직장 생활이 그랬을거다. 지난(至難)하다. 뭐가 되든 일단 돈을 잘 벌고, 또 어차피 내가 (나중에) 진정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보니 세상에 선택지가 너무 많다. 좀 하다가 잘 안 된다 싶으면 엉덩이가 들썩인다. 배를 갈아 타고서도 내가 제대로 경력 개발을 하고 있는건지, 가라앉는 배를 탄 건 아닌지 늘 불안하고 주변을 기웃거린다. 서점에 가면 이런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서적이 넘쳐난다. 경력을 개발하고 제태크를 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다. 우리는 왜 그런 것들이 내게 필요한지 묻지 않은 채, 실은 방향 없이 주변의 경쟁자들을 통해 나를 파악하며 하염 없이 노를 젓지 않았나. 왜?라고 누가 물으면 "잘 먹고 잘 살려고"라고 답하면 됐지만 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대답이다. 못 먹고 못 살려고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우리는 나침반 없이 항해한 셈이다. 

경력 개발과 인생에 대한 단상에서도 썼었지만, 꿈의 수립과 실행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실행을 통해 배우고, 그게 피드백이 되어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도 진화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 현실은 외면하고 내가 하고 싶은 분야로 당장 뛰어들어 위험을 감수하라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다. 이곳 Tuck에서 한 교수님이 말씀해 주셨듯, "우리들의 꿈은 어디 벽에 걸려 있는게 아니다. Your dream is not hung on the wall." 심오한 궁리와 실험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조건,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어떻게 하면 연결할 수 있을지 바로 "지금 당장부터" 고민하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일시적이 아니고, 일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중간 중간의 깨달음과 성취에도 즐거움이 있지만, 사실은 비전을 향해 진화해 나가는 여정 자체가 바로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글이 길어져서, 한 호흡 쉬어가기 위해 파트를 나누었다. 중간 중간 동영상을 걸 텐데, 시간을 들여 꼭 한 번 볼 만한 것들이다.

Part II.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세, 성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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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Tuck & IESE)2013. 2. 8. 06:04


어느새 한 학기의 절반이 지났다. 

요령이 없는 모범생?이다보니 이번 학기에는 읽으라는 거 밑줄 빡빡 긋고 메모 남겨 가며 말 그대로 다 읽었다.

정리하며 쌓아보니 제법된다. 5주간 양면인쇄로 한 페이지도 안 빠지고 손때묻혀 읽은 분량이다.


물론 수업이 재밌고 도움이 되니 하는 짓이지 딱히 다른 의미는 없다.


슬프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해력이 그다지 는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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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Tuck & IESE)2012. 12. 22. 02:02

Tuck에서의 MBA 1학년을 마치면서 이보다 더 다이내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2학년을 여는 첫 학기인 스페인에서의 지난 4개월은 또 한 번 마음 속에 큰 변화를 맞으며 여러 가지를 배운 기간이었다.

좀더 멀리 돌아보면 미국 중부의 사막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가정사에 한 차례 어려움을 겪은 후, 북유럽 핀란드에서 (아직도 내 블로그의 유입 키워드 1위는 핀란드다.) 일하며 그들의 삶을 체험하고, 곧장 지중해에 접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날아와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과 사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IESE였기에 들을 수 있었던,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놓았던 몇 개의 수업들, 앞으로 내 인생 행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멋진 사람들, 공부할 것 잔뜩 싸들고 아내와 함께 돌아다녔던 스페인 전역 곳곳과 남유럽의 풍경들, 그리고 이집트에서 살짝 엿보았지만 가슴 속에 묵직한 무언가를 남겼던 중동이라는 신세계로의 체험은 지난 반 년이 나에게 남긴 유산이다.


위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그다지 큰 맥락 없이 자유롭게 이 유산들이 내 마음 속에 새겨준 생각들을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진정한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하는 유럽 명문 비즈니스 스쿨 IESE

IESE에서의 MBA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미국에서 듣던 MBA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처음 IESE에 와서 수업을 들을 때는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케이스를 바탕으로 한 토론식 수업, 그룹 과제와 다양한 소셜 네트워킹 활동, 그리고 리크루팅을 포함한 기업과의 교류 활동 등으로 구성되는 하루 일과도 그렇고 수업에서 다루어지는 비즈니스 관련 용어나 툴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Tuck에 비교하자면야 해노버라는 한적한 대학 도시와 스페인 핵심 관광 허브인 바르셀로나라는 환경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게 나한테 중요한 이슈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또 4개월 간의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회상해보니 내가 미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정말 극명하고 다른 차원의 차이가 드러났다. 바로 IESE의 주요 모토의 하나이기도 한 진정한 국제적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환경이 그것이다.

수치로 살펴 봐도 졸업생들이 대표하는 국적의 수가 110여개로 Tuck의 40개나 여타 미국 MBA학교의 40-60개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적의 수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역시 어느 한 국가/문화도 교내에서 주류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 회상해보면, 나의 Tuck에서의 1년은 누가 뭐래도 미국을 배우는 자리였다. 나는 미국 애들이 어떻게 노는지에 익숙치 않았고, 그네들이 이야기하는 드라마와 스포츠를 몰랐고, 그들이 빠르게 굴려 발음하는 Native English에 서툴렀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알지 못했다. 이러한 미국에 대한 무지는 곧 내 학교 생활에 있어 큰 핸디캡이었고, 그것은 나에게 도전이자 스트레스였다. 이곳은 누가 뭐래도 미국 학교고, International student라는 표현 자체가 대변하듯 나는 주류에 편입하려는 소수였다. 그렇기에 더욱 IESE가 제공하는 국적과 문화의 균형과 다양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명료하고도 다른 경험으로 느껴졌다. 편안함을 넘어, 이곳의 모든 학생들이 교내에서 좀더 확고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자신 있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다.

위의 내가 느낀 바가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을 배우는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욱이 미국의 Top MBA는 새삼스레 미국의 완벽주의와 합리주의의 정수라는 생각이 든다. 수업, 교수진, 학생, 동문, 교직원, 기업, 뭐 하나 엉성하거나 쓰임새가 없는 것이 없이, 이렇게 완벽하게 돌아가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세상에 또 있나 싶다. 

다만 IESE에서의 경험 이전의 나에게 있어, 내가 알고 믿고 있었던 국제화 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서툴렀다. 사실 그것은 미국이냐 한국이냐라는 범주의 편협한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경험상, 또는 일반 상식상 잘 알 만한 몇 개의 국가만이 내 시야에 있었을 뿐이고, 앞으로의 경력을 고려할 때에도 미국에 편입하느냐 한국에 돌아가느냐, 내 삶의 질을 생각할 때에도 미국이 이러저러 한데 그에 반해 한국은 어떤가. 어디가 더 먹고 살기 좋은가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 못했다. IESE에서 만난 사람들과, 글로벌 리더십을 양성하기 위해 고안된 수업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내 시야의 밖에 있었 수많은 국가와 그들의 경제, 삶의 양식에 조명을 비쳐 주었고, 무엇보다도 그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갖게 해 주었다.


삶의 풍요로움에 대해서

유럽에서 약 반 년을 살아 봤다. 그 기간동안 일할 거 공부할 거 읽을 거 쓸거 싸들고 틈틈이 해 가며 나름대로는 참으로 많이 돌아다녔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학교 애들을 비롯해서 많은 현지인들도 만났다. 관광 삼아 여행으로 타지를 들르는 것과 그곳에 방 빌려서 출퇴근, 또는 통학하며 사는 것은 여러 모로 다른 경험이었다. 그곳이 얼마나 멋스럽고 아름다운 관광지냐 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관점으로 그 나라 그 장소를 보게 된다. 내가 이 나라에서 향후 살게 된다면 어떨까? 여기서 매일 매일 밥해먹고 출퇴근하고 살만한가? 아이를 낳고 여기서 교육을 시켜서 향후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하기에 어떨까?

그런데 그 답을 내는데 있어 그 삶의 질의 좋고 나쁘고의 차이가, 또는 내가 살고 싶어지는 나라를 정하는 게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강한 상관 관계가 있지는 않았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는 모습, 그리고 삶의 동기가 있다. 경제력, 이른바 돈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고 의사 결정을 하기에는 많은 다른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4개월 전 스페인으로 날아왔을 때, 나는 바로 그 측면에서 이 나라에 어떤 기대감도 없었다. 재정적인 상황도 고려해서 Flat이라 불리는 단칸방을 빌렸는데, 주변 거리도 건물도 매우 오래되고 낡았었다. 3개월 내에 두 번이나 삶의 터를 바꾸는 통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도 있겠지만, 아내는 짐을 풀다가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아주 가끔씩 바퀴벌레가 기어나오는 그 좁아 터진 부엌에서 요리를 해 먹고 설겆이를 하는 것도, 음습하고 좁은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 것도 한 달이 지나니 금새 익숙해진다. 개방적이고 근면한 까딸루니아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즐거웠고, 스페인의 흥취를 함뿍 담은 음식들이 맛깔났고, 늘 생동감이 넘치던 람브라스 거리로 나가 사람들과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행복했다. 종국에는 아내나 나나 둘 다 진심으로 이곳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며칠 전 다시 미국에 돌아와 내 집에 들어서니, 내 집, 내 차, 주변 편의 시설 등 갑자기 모든 것들이 그렇게도 깔끔하고 편리하고 잘 되어 있다. 내가 얼마나 후진 환경에서 지난 4개월을 살았었느냐에 새삼 한 번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함을 전혀 인지 못하고 잘 살아 왔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사람의 눈높이가 업그레이드는 쉽지만 다운그레이드는 쉽지 않다고 했다. 예전에는 요 정도로도 만족스럽고 행복하던 내가, 이제는 어느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쉬이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력을 고려할 때에도 더 높은 연봉과 직위, 더 좋은 기업같은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옵션만을 찾았고, 좋은 MBA나오고 나면 억대 연봉으로 점프할 꿈을 꾸었다. 그렇게 위만 쳐다보는 게 얼마나 내 시야를 가리고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가를 깨닫게 해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MBA에서의 경험이었다.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알아가는 것,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통해 배우고 성숙해가는 것,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고 사랑 받는 것과 같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그러한 상향식 명제에서 되도록이면 자유로와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물질적인 절하는 생각보다 금새 익숙해진다. 어떤 물리적인 하한선이 있을지언정, 내가 소유한 것들이 내 삶의 풍요로움과 행복감의 척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새로운 잣대로 세계를 본다. 

학생들의 기립 박수와 함께 끝났던 Management Control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을 구성하는 계열사, 부서, 메니져, 직원들 간의 평가 시스템, 인센티브 구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사례를 통해 배우는 수업이다.) 은 내가 MBA를 마치고 돌아갈 조직을 관리하게 된다면 어떻게 관리 시스템을 구성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끊임 없이 고민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게 해 주었던 수업이다. 여기서 소개된 Merchant's Model에 따르면, 작업의 인과관계(Cause and Effect Relationship)와 성과 측정(Result)이 어려워질수록 조직의 관리 통제는 문화에 의존하게 된다고 했다. 바로 조선과 같은 제조업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정말 많은 조직과 사람이 하나의 배를 협업하여 만들기에, 개별적이고도 객관적인 작업 인과관계, 성과 측정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한국 조선업의 성과는 바로 한국만의 "어떤" 기업 문화, 그리고 그를 창조해내는 리더십이 핵심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주제로 기말 논문을 썼었다. 그리고 BMW의 Franz와도 이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 바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이렇게 MBA에서 배우는 조직 관리 체계와 기법들이 결국 문화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기업과 사업이 먼저가 아니라, 환경이 문화를 형성하고, 그 문화가 저마다의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 낸거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기업 문화와 시스템을 갖춘 미국에서 그들을 배우면서, 나 또한 1년여 새에 정말 많이 영향받고 개조되었다. 구구절절 옳은 사고 방식과 합리적인 시스템을 보며 크게 공감했고, 동시에 한국의 기업 문화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과 회의론도 내심 재조명해 보았다. 그런데 미국의 그것이 더 선진화되고 효율적이라고 해서 당장 한국의 것들을 다 들러엎고 미국으로 갈아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 운영과 관리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화 환경은 쉽게 변하지 않고, 시스템 이전에 그 근간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사고 방식, 마인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것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해가기 위해서는 귀와 눈이 열려 있어야 한다.

어딘가에서 생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기간에 정말 여러 장소에서 살아보고, 주말마다 끊임 없이 돌아다니며 새로운 삶의 양식들을 보고 느꼈다. 옮기고 정착할 때마다 불편하고 어색함을 느낀다. 좋고 나쁜 것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어떤 것은 왜 이렇게밖에 안 되어 있나 싶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배경에 이유가 있고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카이로에서 묵을 때, 현지에서 정치경제학 석사를 수학중이던 숙소 사장님과 긴 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왜 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지, 원하는 바는 무엇인지, 이들의 믿음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식견을 들었다. 그저 가난하고 무질서해 보이던 그들의 삶이 새롭게 해석되고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는 경험이었다. 그 안에 그들 종교와 역사에서 비롯된 나름의 규칙과 시스템이 드러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이해와 체험의 순간이 너무나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환경에서 가져온 나만의 잣대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었다. 그런 태도로 바라보고 이해했던 내 세상은 비좁고 서툴렀다. 어떤 행동 양식, 시스템이 있기까지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맥락이 나의 것과 다를 수 있음을 온건히 수용하고 이해한 후에 변화를 모색할 일이다. 

위에 소개한 Emerging Economics의 Pedro 교수가 마지막 수업 시간에 우리들에게 말했다. 왜 너희에게 익숙한 나라, 선진국에 진입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느냐, 더 어렵고 서투르고 엉망인 곳에 너희들의 역량과 투자를 기다리고 있는 더 거대한 성장 가능성과 눈부시게 다양한 기회가 있다. 그곳에서 너희들이 배운 바와 역량을 발휘해라.

좋은 가르침이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이제 나의 MBA 2년도 슬슬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Posted by nein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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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Tuck & IESE)2012. 8. 17. 05:00






핀란드의 한 Maritime IT회사에 와서 인턴을 하고 있다. 30년 전 선박 계산용 프로그램 개발 팀이 자회사로 독립하여 만든 회사가 이제는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Ship design solution provider가 되었다. 바다 내음이 풀풀 나지만 당연히 매우 technology focus된 회사이고 그런 만큼 MBA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들이 많다.

이들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는 동시에 요즘 한국 지원자들로부터도 문의 메일도 두루 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 MBA지원자들과 미국, 또는 여기 헬싱키에 와서 만난 지원자들하고는 좀 질문의 포커스가 달랐다.

이곳 핀란드에서도 MBA프로그램은 생각보다 인지도와 인기가 높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주로 내가 어쩌다가 MBA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걸 통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가 주요 주제가 된다. 곧 자신이 왜 MBA에 관심이 생겼는지 또 어느 학교가 관심 분야에 대한 리소스가 많은지 등에 대해 말한다. 어떻게 지원 준비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차후 이것저것 알려주기로 한다.

반면 많은 한국 MBA지원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그런 고민보다는 단도직입적으로 Tuck에서의 좀더 자세한 일상과 정보를 원한다. Tuck이 타 학교 대비 강점이나 특색이 어떠한지를 묻는다. 좀 돌려서 말하지만, 결국 지원용 에쎄이 소재를 원하는 것이다.

물론 이 차이는 한국 MBA지원자들이 나와 만난 맥락이 틀리기 때문이다. Tuck에 다니는 재학생을 연결하여 만났으니 Tuck에 대한 정보를 묻는게 당연한 것이고, 이미 본인들이 MBA를 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보통 고민이 끝난 상태에서 나와 연결이 되었을 테니까.

그런데 막상 그들의 질문에 대답해주기 위해 "MBA와서 무엇을 얻어가고 싶으신데요?" "향후 목표가 무엇인데요?" 라고 거꾸로 되물으면 대부분은 선뜻 자신있게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미 GMAT이나 TOEFL등의 시험 점수도 다 나왔고 에쎄이도 쓰기 시작했다는데 "why MBA?"나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는 구상 중이란다. 이러면 내가 Tuck의 특성 대해 좋은 점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캠퍼스가 참 예뻐요." 정도 수준이다. Needs를 알아야 그에 빗대어 뭐가 좋고 나쁜지를 논할 수 있는데 대화에 앙꼬가 빠져 있다.

내 대학 입시 시절같다. 어쨌든 수능 시험을 치고 점수가 나오면 학교별 학과별 커트라인에 따라 지원할 곳이 라인업 된다. 들어가기 더 어렵고 커트라인이 높은 곳은 당연히 더 좋은 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곳이었다. 그 세대 그 시절의 유행에 따라 학교와 학과 서열 관계가 커트라인과 경쟁율에 의해 조정된다. 이러니 더 높은 수능 점수와 내신, 논술 능력 등 지원 패키지가 모든 것의 우선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 다음 문제다.

이제는 이런 패러다임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수순이 아직도 한국 MBA지원자들에게는 사실상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 최소한 나부터가 그랬다. GMAT점수가 나오자마자 찾아본 것은 각종 MBA ranking과 합격자 평균 GMAT점수였다. 더 좋은 점수 = 더 랭킹이 높은 학교 = 더 성공적인 인생 뭐 이런 수식이었던 것 같다.

그러한 접근법이 뭐 또 그렇게 나쁠 건 뭔가? 내 꿈과 목표라는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을진대, 당연히 일반적으로 더 명문 학교의 졸업장을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하고, 당연히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기회도 많을 것이다.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어떤 직종이 있는지 그게 내 입맛에 맞는지 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는가? 그럴 때는 사회적인 시스템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가다듬어진 랭킹에 근거해 움직이는게 제일 안전하고, 그 후에 뭘 할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고려할 수도 있잖은가? 권고할 만한 방법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굳이 부정해야 할 건 뭔가.

내가 많은 한국 MBA지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러한 접근법이 좋거나 나쁘니 어쩌라는 것이라기 보다는,

바로 이른바 Top MBA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깨어나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왜 MBA가 필요한지 잘 모른 채, 위에서 말한 한국형 입시 방법론으로 지원을 준비하는 데에는 명문 비즈니스 스쿨만 나오면 뭐가 되든 잘 될 거고 내 투자가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어느 대학을 나오느냐의 문제보다 특히나 더, MBA는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자 툴tool이라고 생각한다. 입학하자마자 무지막지한 양의 리소스와 과제가 쏟아져 내리지만, 무엇을 취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고, 차후에 그런 것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결과 또한 천차만별이다. 학교 마다 가르치는 것이 비슷해 보이지만 교수들의 경험이 틀리고, 학풍이 다르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틀리다. 언제 해야 하는지 시기가 딱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MBA가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나의 경력을 꾸려갈 많은 방법들이 있고, MBA 없이도 성공적이고도 만족스런 삶을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본인만의 롤 모델, 자신이 진심으로 열정을 느끼는 곳, 그리고 그런 것들을 성취하기 위한 길에 MBA가 있어야 한다는 적법하고도 구체적인 당위성 - 이런 것들이 지원 준비의 가장 핵심이고 제일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 아닐까.

이곳 애들마냥, 좀더 쿨하게 보자. 그래야 논리적인 생각이 가능하다. 열기를 좀 식히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점검해 보면 아마 많은 것들이 달라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MBA입학이라는 허들을 노릴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자신만의 목표를 노리고 던져야 한다. 그럼 첫 번째 허들은 자연스럽게 넘는 것이다. 


그리고 합격증은, 진심으로, 험난하고 머나먼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Posted by nein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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