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ship'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2.09.08 MBA 여름 방학 종료
  2. 2012.08.29 MBA 1년, 등불을 걸다. (4)
  3. 2012.08.17 Helsinki HTC(High Tech Center)
  4. 2012.08.15 Maritime Industry
  5. 2012.08.15 Finnish, 핀란드 사람들
  6. 2012.08.15 Helsinki에서의 어느 저녁
MBA (Tuck & IESE)2012.09.08 05:02

오늘을 마지막으로 나도 드디어 두 번째 인턴십을 끝냈다. 한국 조선처럼 개발한 제품의 98% 이상을 외국 오만 가지 나라의 회사들에 팔아야 하는 회사였고, 그만큼 다른 문화의 이해,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collaboration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가 다시 한 번 정말 가슴 속에 깊이 또 깊이 새겼다. 이 메시지를 이곳 회사 사람들에게 전파하려고 이곳에 있는 5주 동안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이들에게 프리젠테이션과 워크샵을 열었었다. 그리고 나중에 따로 정리하겠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저력을 연구하려고 점심 사줘 가며 참 많은 애들하고 많은 인터뷰를 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경험하며 그 속에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조선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인도 등 여러 국가의 애들하고 후진 인터넷과 모자란 영어로 원격 미팅하느라 고생도 했지만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고 진심으로 고맙다. 



이제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된 헬싱키에서, 오랫동안 방황하던 나에게 갈 길을 찾게 해준 이 모든 기회을 만들어 준 Vice President인 Ilmo와의 마지막 저녁 식사. Hydrodynamics 분야의 대가로 시작하여 창설 이래 이 회사를 30년간 키워온 분이다. 한국 문화와 한국인에 남다른 호감과 애착을 가지고 있고, 이제 곧 할아버지가 된단다. 


이 글을 볼 일이야 없겠지만 마음 깊이 감사하며 그의 건강을 기원한다.


이제 다음은 스페인이다. 어떤 새로운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2.08.29 02:44

이제 8월이 슬슬 마감되어 간다.
MBA 2년 중 그 1절반인 1년이 마감되고 새로운 2학년이 시작되려는 것이다.

그 이전에 말할 수 없이 바쁘고 다이나믹했던 Tuck에서의 1년 학기, 그리고 몇 명 안되지만 한국 재학생 회장을 하며 있었던 일련의 경험들, 그리고 끓어오르는 사막의 미국 풍력발전 건설현장과 이제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된 헬싱키의  Maritime IT회사에서 여름 인턴을 한 것 등이 떠오른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수 년 전 MBA를 가겠다는 무모하고도 철이 없었던 결심을 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토록 고대하던 MBA의 과정도 절반을 훌쩍 넘겨 버리고 말았다. 나는 무엇을 얻었고 뭐가 변했나? 

MBA에는 더 많은 일이 있지만, 나에게 깨달음을 준 중요한 사건이었던 인턴십을 위주로 이야기 해 보겠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오비맥주의 이호림 사장님이 내가 학교에 가기 전에 Tuck에서의 생활을 묘사해 준 일이 생각난다.
"길거리에 보면 소방 호스 있지? 그걸 뽑아다 덕훈씨 입에 꽂아요. 그리고 물을 최대로 틀어. 그럼 입에 들어오는 거, 대부분은 못 삼키고 촤악 하며 사방으로 튀고 턱 밑으로 줄줄 새는 거 뭐 막 엉망이죠? 그 와중에 자기가 필요한 거 골라내 가며 삼키고 소화해 내는 거에요."

돌이켜보면 미국 MBAer 중에서는 나름 특이한 경력을 지녔던 것 같다. Naval Architecture라는 흔치 않은 전공에 7년 간 회사에서 기술 영업 (배를 디자인하고 Buyer와 기술 계약 협상을 하는 곳) 을 해 왔으니 말이다. 특히나 Naval Architecture는 공학 중에서도 컴퓨터, 유체, 기계, 재료, 토목 등과는 호환성이 낮고 포션도 작은 영역이고, 영업, 전략, 인사, 회계, 재무와 같은 MBAer들이 보통 이력 상 한 번 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만한 분야와도 거리가 멀다. 그야말로 "배"만을 위한 영역인 것이다. 어디 주변이나 회사에나 MBA나왔다는 사람도 없었고 나와 유사한 경력을 가져서 내가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 내가 애시당초 왜 MBA를 생각하게 되었나? 

내가 하던 일에 재미도 느끼고 있었고, 또한 막연하게나마 Maritime이라는 영역에서 내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도 있었다. 즉 현재가 싫고 답답하여 무언가 탈출구를 찾다 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과하고, 내가 세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좀 거창하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 켠에서 무언가 이곳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탐험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어디 쯤에 있는 건지, 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가늠할 수 있는 비교표를 얻고 싶달까.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이 세계에 입문하고 나니 과연, 발을 들이민 바로 그 순간부터 "비즈니스"라는 키워드로 커버되는 모든 영역이 그 소방 호스에서 나오는 물마냥 힘차게 나에게 쏟아져 퍼부어졌다. 그러한 모든 것들이 생경했고 나는 무척이나 촌뜨기였다. 그래서 더욱 정신을 못 차렸고,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어 이리 저리 기웃거렸던 것 같다.

좋게 말하면 탐험, 나쁘게 말하면 하릴 없는 방황의 시작이었다. 당시에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지을 수 있는 분야를 찾을 수도 없었지만, 뭣보다도 퀴퀴한 조선업종에 비해 모든 게 다 섹시해 보였다. 금새 기존의 계획은 잊은 채 수업, 프로젝트, 그리고 여름 인턴십에 이르기까지 무언가 삐까번쩍한 것을 해보자는 욕심에 여기저기 엄청나게 집적거리고 다녔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사력을 다해 뛴 것 같은데, 1학년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여름 인턴 리크루팅에서 여기저기 멋드러지게 미끄러졌다. 5월이 마감되어 가는데 내게 남은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바닥을 치는 자신감 뿐이었다. 처참하고 한심했다. 다들 여름 인턴십 채비로 바쁜데 나는 이제 와서 무얼 해야 하나. 나는 학교 이름에 먹칠을 하는 무능한 낙오자 같았다. 조선이라는 인기도 없는 딱지가 붙은 나를 대체 뭘 보고 이 학교에서 뽑아준걸까.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데.


바람을 피우다.


그러다 방학을 한 달 남긴 5월이 다 된 시점에 기회가 생겼다. 솔직히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대도시 스카이 라운지를 낀 오피스도 아니고,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미국 중부의 풍력 건설 단지 현장에서 project management를 하는 일이란다. 워낙 촌동네라 차를 두 번, 비행기도 한 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오클라호마 주의 가이몬이라는 인구 10만 남짓의 도시.

도착해 보니 내가 일할 사무실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낡은 창고 하나를 이제 막 임대를 하여 여기에 Inventory 창고를 차리고, 관리 직원을 뽑고, 파티션을 짜서 공간을 나누고, 필요한 가구를 사고, 전화/인터넷 등 Utility계약을 해야 한단다. 1시간 거리에 있는 현장에서 공사는 한참 진행 중이다. 대규모 풍력 발전기 수십여기를 설치하는 그야말로 회사의 사활을 건 공사에, Engineering 회사는 독일, 시공사는 미국, 관리사는 한국이라 별의별 사람들이 현장 사무실에 모여 있다. 공사 마감일은 턱없이 부족해 보이고, 바람이 많은 지역이라 툭하면 폭풍우가 와서 공사를 중단시킨다. 

이른바 A부터 Z까지 정말 모든 것을 다했다. 노가다판 마냥 나무 구해다가 톱질에 못질해서 재고 창고용 테이블을 만들고 사무실에 필요한 사무용품을 사왔다. 주말에는 사무실에 나와 계약서 리뷰를 하고, Change Order를 체크해서 장부 계산하고, 시도 때도 없이 Wind Turbine에 문제가 생기면 엔지니어와 차를 타고 현장에 갔다.

현장은 뜨거웠다. 늘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데, 온풍기를 얼굴 바로 앞에 두고 쐬는 것 같았다. 섭씨 50도를 우습게 넘기는 온도에 무거운 안전 장구를 걸치고 80m짜리 tower를 오르며 돌아다녔다. 탈수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물을 엄청나게 마셔야 했다. 그러다 갑자기 Storm이 오면 콩알만한 우박이 쏟아지곤 했다. 독거미와 방울뱀까지 작업자들을 괴롭혔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 뿐이었다. 수업에서 다루던 공식이나, 비즈니스 케이스에서 논하던 전략들은 다 어디가고 난 여기서 공구상자를 메고 타워를 오르고 있는가? 동창들은 뉴욕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에서 만인이 동경하는 세련된 생활을 즐기며 그간 MBA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하고 있을 터인데 난 여기서 뭐하고 있나?

오기와 악을 에너지 삼아 일했다. 사실 이곳의 모두가 그랬다. 그곳은 회사의 사활을 건 한판 승부처였고, 작업자들 모두 어떤 절박함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나의 홈그라운드로.


두 번째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첫 번째 인턴십이 끝나갈 무렵, 나의 처갓집, Maritime industry의 한 IT회사에 메일을 한 통 넣었다.

사실 기대감은 전혀 없었다. 그간 내가 조사한 바로는 해양 분야에서 딱히 미국 MBA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도 없었고, 미국 회사처럼 MBA를 위한 정형화된 인턴십 프로그램을 가진 회사도 없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해운이나 조선 업계에서도 Energy efficiency는 매우 뜨거운 이슈이고 여러 가지 기술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information technology가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지녔다는 사실이 나로써는 평소부터 흥미로웠다. 그런 나의 관심사에 대해 좀더 같이 고민해보고 싶다고 메일을 썼다. MBA 인턴십이 없는 회사이니 방학 때 시간이 남으면 멀리서 원격으로나마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 회사의 Co-founder이자 Technology팀의 VP 가 직접 관심을 보였다. 이 문제에 관해 본사에서 같이 작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갑자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얼마나 있을 수 있고 체류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몇 차례 협의한 후에 바로 핀란드의 헬싱키로 날아왔다. 


Maritime Industry, 다시 나의 홈그라운드로 돌아온 것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Shipping 분야, Ship Design technology, Energy efficiency에 대한 여러 리소스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쪽에도 방대한 세계가 있었고 대단한 역량을 가진 고수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퇴근하고 해안 도시인 헬싱키를 돌아다니면 어느 곳을 가도 크고 작은 선박과 요트가 떠 다녔다. MBA를 떠나기 전에 내가 디자인한 배가 거대한 건조물로 완공되는 모습을 볼 때의 감동이 다시 찾아왔다. 많은 것을 잊으려 애쓰고, 또 잊고 있었던 느낌이었다.





So what?


이야기를 좀 정리해보자. 그럴싸하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조선 백그라운드 탈출을 시도하다가 잘 안되니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뭐 그런 이야기 아닌가? 맞다. 전혀 자랑하려고 쓴 게 아니다. 별 대단할 것도 없는 나의 과거를 굳이 시간 들여 여기에 쓰는 이유는, 이 글을 보는 보는 분들이 MBA를 통해 좀더 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하고 얻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모든 것의 본질이 무엇이었던가?


회상해 보니 나는 다른 분야를 서성거리고 엿보았을 뿐이지 그에 대한 마땅한 비전도 그 분야에서 진심으로 느껴지는 재미에서 우러나오는 열정도 없었다. 탐험해 보겠다는 전제는 좋았는데, 그냥 현지에서 아무거나 걸려라 라는 식이었던 것 같다. 몇몇 분야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사가 자기 분야에의 식견과 애착을 본다. 그 분야에서의 경력에 의해 우러나오는 통찰력, 그게 없으면 오랜 시간 동안의 관심이나 뜨거운 열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것들이 없이 인터뷰 연습이나 레주메 쓰기 같은 형식에만 집중했으니 좋은 결과가 없었던 것 같다. 막상 평소에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주제,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있으니 이메일 몇 통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없던 MBA인턴십이 뚝딱 만들어진다. 물론 인터뷰, 레주메, 커버 레터 같은 것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을 효과적으로 selling하는 정말 중요한 요소들이고, MBA 세계에서는 하나의 art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들 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아이디어, 자신의 인싸이트가 있어야 서로가 시너지 효과가 나고 형식에만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나?


그러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도 답이 보인다. "한국 탈출", "미국 대도시 입성", "억대 연봉", "포춘 XX대 기업 취업" 이런 이른바 "남들이 보기에 엣지 있어 보이는"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MBA와 방대한 네트워크가 주는 리소스를 이용해서 짜릿한 재미와 열정을 느끼는 자신 만의 비전과 목표를 발굴하고 다듬어 내는 것이다. 근본적인 열망이 없는데 뭔가 있나 싶어 기웃거리거니 결과가 안 좋고, 내 길이 아니었던 것뿐인데 스스로를 잘못된 잣대로 남들과 비교하고 평가하니 자신이 비참하고 한심하게 느껴졌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사네, 연봉과 Life style이 어떻네가 정말 아무 관심 없어질 정도로 엄청난 재미와 벅찬 기대감, 그리고 성취감을 느끼는 자신만의 밑그림을 그려냈다면 비록 그 겉모습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 사람이 가장 MBA를 잘 활용했다라고 말하겠다. 다시 잘 살펴 보면, MBA에는 그런 자원과 기회가 산재해 있다. 


마음을 씻어내고 나에게 맞는 옷을 입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 보자.

풍력 발전 단지에서의 한 달은 힘들었다. 마치 군대에 다시 들어온 것처럼 환경도 열악했고 주변 사람들은 거친 현장 엔지니어들이었다.

그런데, 땀을 뻘뻘 흘리며 타워 꼭대기에 기어 올라가 그 꼭대기에 올라가 줄 하나에 매달려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세상을 내려다보고 평야 끝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쐴 때면 나는 정말 미국 어느 지역보다 내가 멋진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엔지니어들과도 같이 땀흘리고 농담 주고 받으며 친해지며 여러 모로 정말 많이 보고 배웠다.

해가 지는 저녁 즈음, 헬싱키의 바닷가 저 멀리 불을 켜고 들어오는 거대한 선박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옛날 교역물을 싣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던 뱃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기술이 달라졌을 뿐이지, 같은 배이고 같은 바다 냄새가 난다. 우리가 쓰는 많은 용어와 엔지니어링 기법 역시 오랜 옛날 범선으로 교역을 하던 시절부터의 흔적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선박이라는 거 퀴퀴하고 무식한게 아니라, 이제 와서 멀리 돌아 와서 다시 보니 오랜 손때 묻은 골동품같이 멋스럽다. 

이제 와서 보니 MBA오기 전, 해양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나만의 거창한 초반의 포부에 밑그림을 그린 것도 같다. 오클라호마에 있으면서 해상 풍력 발전의 가능성과 현주소에 대해서 많은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었고, 헬싱키에서는 선박 운용과 에너지 효율을 IT와 접목시키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1년 간 주류 mainstream가 아니라는 핸디캡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동시에 호되고도 좋은 훈련이었고 그 훈련은 나에게 사고의 유연성을 주었다. 그리고 타 분야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심 같은 감정도 없앨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리 저리 방황하고 넘어져 엎어지는 사이에 뭔가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고, 이제는 많은 것들이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가지고, 느끼고 또 알던 것들은 다시는 이전과 같지 않다. 

써놓고 나니 참 당연하고 모르던 내용도 아닌데, 그 안에 있을 때는 잘 안 보이고 안 들렸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제서야 그것들의 맥락이 보인다. 잘 안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꾸 남들하고 비교해서 자신을 평가하려는 습성이 자신의 시야를 가린다. 

이거 해본 사람은 알거다. 5월 말이 되도록 인턴십 하나 못 잡은게 얼마나 사람 피를 말리고 처참한 기분이 들게 하는지. 그런데 일이 어떻게 풀릴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어느 순간에도 결국 일이 잘 될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아라. MBA는 대부분들에게 큰 투자이다. 그러니 더더욱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 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만들며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쫄거 하나도 없다.

1년 간 이곳 저곳에 내가 가는 길에 몇 개의 이정표가 될 만한 등불을 걸었다. 조금은 더 넓어진 시야로, 조금은 더 능숙하게 2학년을 꾸려보자. 

Posted by neinume

헬싱키 High Tech Center. 시내 약간 외곽에 위치한 복합 오피스 빌딩이다.

4개 빌딩에 30여개 회사가 사무실을 차렸고 NAPA도 이 중 하나이다.

해변에 바로 접하고 있는 4개의 건물 앞모습은, 항구의 컨테이너 크레인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재밌기도 하지만 사무실 안에서도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여 좋은 풍경을 제공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제법 널찍한 홀과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NAPA내부, Maritime회사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

IT회사 답게 사무실 분위기는 상당히 자유롭다. 휴게실이기도 하고, 엔지니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각방을 쓰지만 필요에 따라 팀룸으로 옮겨 같이 작업하기도 한다. 출퇴근 시간은 9시에서 4시가 기본이지만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8시에 나와서 3시에 사무실을 나선다. 한국사람으로서는 꿈과 같은 이야기이긴 하다만...

잠시 옮겨온 내 자리.컴퓨터 관련 장비들은 넘쳐나고 발에 채인다. 이것저것 주워다가 나만의 작업장을 완성.

해변을 내려다보며 작업할 수 있다.

야경이 아름답다. 바로 앞에 아파트를 얻어서 이렇게 내 작업실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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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nume
Daily Life2012.08.15 21:58


이곳의 Product manager로부터 제품 시연을 본 후에 우리는 Maritime industry 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발틱과 북해 지역에서 운용되는 핀란드의 한 선사에서 첫 경력을 시작한 그는 너무나도 복잡해진 shipping financing과, 또 선사들의 분리된 조직 구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은 선박의 에너지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IT solution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의 비전은 과거 Container의 등장이 인류 물류 역사에 혁명을 가져왔듯이, 앞으로는 대량의 에너지원을 장거리 수송하는 에너지 물류를 실현시키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우리는 또 인류와 역사를 함께한 shipping 과 shipbuilding industry가 그 경제적 규모에 비해 얼마나 인지도가 낮은지, 그와는 역설적으로 얼마나 지속적이고 많은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Entrepreneurship, small and medium business management, International cultures and communications, Enterprise Information systems, Maritime Administration 등 다수의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또 MBA를 생각하고 있었다. 01학번이니 서른 살 초반쯤 되었을까. 이미 자신의 비전도 있고,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확고하고 어느 Business school이 그런 자신의 plan에 적합한지 유럽에서 미국까지 두루 조사했더라. (한때 음료회사로부터 스폰서를 받아 뛸 정도로 Skateboard 전문가 이기도 했다.) 어찌 되든 언제가 되든 좋은 학교로 가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우리는 앞으로도 두루 교류하기로 결연을 맺었다.

Shipbuilding, shipping, heavy industry 이런 키워드와는 참 거리가 먼 낮선 미국 동부의 땅에 와서 1년간 공부하면서, IT, Consulting, Banking, Finance와 같은 이른바 Mainstream의 주변을 서성거리며, 나는 어눌하고 한물 간 태생인가 싶어 종종 우울했었다. 그런데 그저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만든 Jones Act가 결국 독이 되어 미국의 해운 조선 산업을 말아먹었을 뿐이고, 그저 바라보는 맥락과 프레임이 달랐을 뿐이었던 거다. Maritime industry에도 많은 기회와 다양한 무림의 고수들이 있고, 무식하게 철판 때우고 냄새나는 기름을 만지는 산업 같지만 한편으로는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했던 역사와 바닷 사람들의 오랜 손때가 묻은 낭만적인 스토리도 있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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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nume



길거리를 걷던, 어딜 들어가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건 간에 핀란드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을 요약해보면 "친절하고, 낮설며 부끄러워한다." 가 적절하지 싶다. 미국에 비교하자면 나같은 동양 사람과 교류하는 것(더군다나 영어로)이 그다지 익숙한 경험은 아닌 것이다. 이 비익숙함이 핀란드 이민자들에게는 취업의 기회가 줄고 분쟁에서 부당한 대응을 당하는 등 다른 차원에서의 인종 차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이들에게 동양인에 대한 (그것도 별로 유쾌하지는 못한) 경험들이 많지 않기에, 미국이나 영국 같은 국가에 있을 때 백인들이 나에게 끊임없이 각인시켜준 "너는 우리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암시적인 태도나 분위기는 거의 느낄 수 없다.


이에 더해 스웨덴과 러시아에 몇 세기에 걸쳐 지배당하기도 했고, 경제 규모도 딱히 큰게 아닌데다가 자세히 보면 동양 쪽 유전자가 어느 정도 섞여 있는 핀족이라 체구도 작게 느껴지고 생김새도 뭔가 좀 다르다. 해서 딱히 자신의 국가나 인종에 대한 우월감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언어도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고 전치사 대신 조사를 쓴다고 하니 낮은 계층이나 나이 많은 분들의 영어는 상당히 서툴다. 정서도 좀 비슷해서 낮을 가리고 다른 사람 눈치도 많이 보는 편이다.길거리를 걷던, 어딜 들어가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건 간에 핀란드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을 요약해보면 "친절하고, 낮설며 부끄러워한다." 가 적절하지 싶다. 미국에 비교하자면 나같은 동양 사람과 교류하는 것(더군다나 영어로)이 그다지 익숙한 경험은 아닌 것이다. 이 비익숙함이 핀란드 이민자들에게는 취업의 기회가 줄고 분쟁에서 부당한 대응을 당하는 등 다른 차원에서의 인종 차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이들에게 동양인에 대한 (그것도 별로 유쾌하지는 못한) 경험들이 많지 않기에, 미국이나 영국 같은 국가에 있을 때 백인들이 나에게 끊임없이 각인시켜준 "너는 우리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암시적인 태도나 분위기는 거의 느낄 수 없다.


길에 보이는 동양인 관광객이라봐야 매너 좋은 일본인들이 대부분이고, 요즘은 많이 느는 추세지만 한국, 중국인들도 여행 좀 한다 싶은 사람들만이 오니 깔끔하고 인상 찌푸리게 진상 떨 일이 별로 없다. "Finnish Dream"을 꿈꾸며 아무것도 없이 무작정 날아와서 굳은 일 마다하지 않고 아락바락 살아가는 이민자 타운을 본 경험도 없다.


이러 저러한 이유들로, 참 애매한 표현이지만 이른바 백인사회인데도 이곳 헬싱키에서는 참 맘 편하게 다닌다. 장보고 오는 아줌마도, 귀에 MP3를 꽃은 여대생도 전철에서 내 옆에 앉거나 말을 주고 받는데 전혀 불쾌한 감정이나 거리낌이 없다. 보스턴 전철 안에서 차안이 북새통인데도 몇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는데도 내 옆 빈자리에 끝까지 앉지 않았던 한 젊은 백인 미국 여자의 기억이 난다. 거기서 나는 암시적으로 미개한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무작정 상경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비호감 촌뜨기에 잠재적 범죄자였다. 정장이나 차려 입어야 좀 나의 길거리 신분이 상승할까. 


어찌 되었든 먼 옛날 우랄 산맥에서 건너가 한때 검은 머리와 작은 체구를 했었었을 그들. 다른 어느 나라에는 몰라도 스웨덴에 만큼은 절대 어느 스포츠 경기에서든 지고 싶지 않은 그들. 남자들끼리 군대 이야기를 하고, 교육 하나 만큼은 세계 최고라 자부하고 많은 열성을 들이는 이들. 이래저래 한국과 공감대가 형성될 특징이 많고 은근한 친근감이 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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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nume

이제 해가 조금씩 짧아진다. 바람 쐬러 나온 김에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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