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Tuck & IESE)2013.02.17 09:24

아직 한 학기가 더 남긴 했지만 MBA가 막바지에 이르니 주변으로부터 앞으로의 신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마음의 결정은 내렸는지, 졸업하면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미국에 남는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오는지, MBA과정이 결국 내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이러한 모든 질문들에 답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겠지만, 나는 이곳 미국에서의 MBA를 통해 무엇을 얻었냐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련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보고 배웠다고.

일전에도 여러 차례 꿈이니, 마음의 목소리니, 하고 싶은 일을 찾느니 라는 소리를 했었는데 그게 대체 구체적으로 무얼까? 나의 2년은 꿈을 다루는 것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그러한 화제에 대해 조금씩 알아 나가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봐야지는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실로 많은 세상의 리더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사실은 마음 한켠에서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들이지만, 또 막상 누가 물으면 쉽게 설득력있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러한 생각들과 깨달음과 신념들을 이제는 조금 구체적으로 연결하고 정리해볼까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당신의 인생,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Part I 에 이어지는 글이다. 아래 글을 읽기 전에 왼쪽 링크를 참조해주기 바란다.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세, 성공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꿈을 꾸기에 삶이 녹록치가 않다. 정말로 현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로는 하고 싶은 것들을 그만두고 무거운 현실을 다루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갖는 것이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고 뜨거운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쓰디쓴 역경이 찾아왔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주는 감동과 그것을 이룰 내일에의 기대감이 나를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었다. 여유로운 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때로는 인생의 무기력과 생의 포기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이끌어주는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꿈을 추구한다는 게 사치처럼 생각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성취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목표와 꿈을 동일시하니까 그 달성의 성패 여부가 곧 인생의 한방 승부, 올-인-원 도박이 된다. 꿈은 방향이고, 모 아니면 도의 외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꿈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목표가 나를 떠밀게 하지 말고, 내 목소리가 계획과 목표 달성을 끌고 가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과 여정이 말해주는 이야기(story)가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목표를 세우기 전에 "왜" 나는 그것을 이루고 싶었나를 먼저 묻고 그것에 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에 대한 대답을 찾고 나면, 그로 향하는 길이 꼭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좋고, 단기간에 대박이 나지 않아도 좋고, 멋지게 넘어져 실패해도 좋다. 바로 지금부터 고민하고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며 조금씩 나의 꿈을 진화시키자. 목표 달성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진보에의 필수 과정이다.

꿈이 비전을 향한 어떤 여정 자체라면, 실패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성공에 대해서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물질적인 소유물의 축적이나 권력이나 직위의 달성이 아닌, 자신의 신념의 성취로부터 오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바로 우리의 성공의 척도다. 농구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선수이자 감독 모두로 올랐으며 ESPN에서 모든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는 고 John Wooden은 다음과 같이 성공을 재정의했다.

[전략] 저는 미스터 웹스터경이 (성공에 대해) 정의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소유물의 축적이나 권력이나 직위의 달성이나, 또는 비슷한 종류의 것. 아마도 가치 있는 성취들, 하지만 제 의견으로는 성공이 꼭 그렇게 직설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 뭔가를 찾아내고 싶어했죠...

글쎄, 그게 어디엔가, 제가 생각하기에 제 마음 속에 숨겨진 채 있다가 몇 년 이후에 튀어 나왔어요. 절대로 남보자 더 잘되려고 하지 말아라,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워라. 너의 최고가 되는 것을 절대 멈추지 말아라 - 그것은 너의 통제하에 있으니 - 만약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몰입하고 연관되고 걱정하면, 그것이 네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도 역으로 작용할 것이다... 

네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얻어지는 자기만족 그리고 마음의 평화죠.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리고 여러분에게 존재하는 상황을 개선하려고 시도한다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성공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상대방보다 득점을 많이 하고도 질 수 있고, 적게 득점한 게임에서 이길 수도 있습니다...  [후략]


이러한 성공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나에게 진정성(authenticity)을 가져다 주었다. 자신과 남을 비교 평가하려 들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에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것. 내 주변에 있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고 내 파트너와 배움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 내가 남들보다 똑똑하지 못하고 가진 것이 적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고, 남들 앞에서 있는 척, 아는 척하지 않고 진솔해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2년전의 나에 비해 나의 하루하루는 많이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비전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리는 어떤 꿈을 꾸는가?

작년 가을 이집트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난생 처음 피라미드를 눈앞에 두고 나는 언덕에 걸터앉아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꽤 집중해서 30분쯤 그리느라 별로 주변을 살피지 않았지만 무언가 점점 시끌시끌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기를 끝내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근방에서 낙타를 끌고 기념품이나 사진 촬영을 팔던 어린 꼬마들이 나를 둘러싸고 앉아 내 그림을 보고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이방인이 자신들의 사는 곳을 그리는게 그렇게 기쁘고 신기했나보다. 너도나도 나와 사진을 찍고 싶어 난리였다. 원래는 그렇게 사진을 찍고는 돈을 요구하는데 아이들은 그저 신나서 까맣게 잊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반 시간 동안이었지만 그 가난한 아이들의 자랑거리었다. 난 내가 쓰던 그림 도구를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고,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고작 몇 천원이면 사는 4B연필과 지우개 조각이었다. 그 아이들 역시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억이 되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 있었지만 잠깐이나마 환히 웃으며 서로 연결되었다. 

이곳 MBA에 와서 마음 깊이 존경하는 Visionary leader들, 특히 John H. Vogel Jr.교수의 E-Ship in Social Sector에서 만난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 다양한 영감(Inspiration) 얻을 수 있던 것은 내게 있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내가 그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라서, 똑똑해서, 높은 지위에 있어서가 아니고, 그들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그를 통해 그리고자 하는 미래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강하게 공명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대학을 나오고, 최고의 회사를 이끌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더라도 그게 그저 본인의 능력(Capability)의 입증에 불과한 사람이 있고, 이 세상에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어떤 종교적인 메세지가 아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적인 활동을 하라고 설득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미 알고 있다. 어렸을 때 간절히 원하던 장난감을 얻었을 때처럼,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좋은 차를 사고, 멋진 옷을 입고 뽐내고 다녀도 그 무대 속에 자신 뿐이라면 금새 공허해진다는 것을. 나 하나 편안하고 풍요롭게 잘 먹고 잘 사는게 아니라, 시야를 넓혀 세상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비전 안에 있길 바란다. 

꿈, 비전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산물이다. 해리 포터의 작가 J.K.Rowling은 2008년 하버드 졸업식 연설에서 상상력은 다른 사람들의 기쁨, 고통, 슬픔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한 바 있다. (In its arguably most transformative and revelatory capacity, it is the power that enables us to empathize with humans whose experiences we have never shared.) 

꿈은 누리는 자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당신의 현재의 무기력함의 핑계도 아니며, 경쟁에서의 승리도 아니다. 나를 달리게 하는 가장 강한 힘이고, 내가 사는 이유다.

So given a Time Turner, I would tell my 21-year-old self that personal happiness lies in knowing that life is not a check-list of acquisition or achievement. Your qualifications, your CV, are not your life, though you will meet many people of my age and older who confuse the two. Life is difficult, and complicated, and beyond anyone’s total control, and the humility to know that will enable you to survive its vicissitudes.

만약 나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21살의 나에게 말해주겠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인생이 무언가를 하나하나 획득하고 성취해 나가는 체크리스트가 아님을 깨닫는 것에 있다고 말입니다. 당신의 자격증, 당신의 이력서가 당신의 인생이 아닙니다. 비록 여러분은 앞으로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채 사는 내 나이 또래나 심지어 나보다 더 연륜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겠지만요. 삶은 어렵고, 복잡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의 밖에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겸손함이 삶의 우여곡절에서 여러분을 살아남게 해줄 겁니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당신의 인생,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Part I 에 이어지는 글이다. Part I은 왼쪽 링크를 참조해주기 바란다.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3.02.16 11:03

아직 한 학기가 더 남긴 했지만 MBA가 막바지에 이르니 주변으로부터 앞으로의 신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마음의 결정은 내렸는지, 졸업하면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미국에 남는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오는지, MBA과정이 결국 내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이러한 모든 질문들에 답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겠지만, 나는 이곳 미국에서의 MBA를 통해 무엇을 얻었냐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련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보고 배웠다고.

일전에도 여러 차례 꿈이니, 마음의 목소리니, 하고 싶은 일을 찾느니 라는 소리를 했었는데 그게 대체 구체적으로 무얼까? 나의 2년은 꿈을 다루는 것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그러한 화제에 대해 조금씩 알아 나가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봐야지는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실로 많은 세상의 리더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사실은 마음 한켠에서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들이지만, 또 막상 누가 물으면 쉽게 설득력있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러한 생각들과 깨달음과 신념들을 이제는 조금 구체적으로 연결하고 정리해볼까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글이 길어져서, 한 호흡 쉬어가기 위해 파트를 나누었다. 중간 중간 동영상을 걸 텐데, 시간을 들여 꼭 한 번 볼 만한 것들이다.

Part II.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세, 성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꿈을 갖는다는 것은 무얼까?

어른이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다. 대답은 각양각색이다. 선생님이요, 과학자요, 대통령이요. 얼마 전에 친구가 내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넌 꿈이 뭐니. 돌아가서 조선 회사 사장하는거? 꿈이 뭐냐라는 질문은 앞으로 뭘 하고 싶냐라고 묻는 것인데, 이렇듯 우리는 종종 직종이나 직함과 같은 타이틀로 대답을 하곤 한다. 

나는 요즘 꿈을 갖는다는 것은 "뭐뭐가 되겠다"와 같이 어떤 직업을 원한다는 선택도 아니고, 경력 개발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것들에게는 차라리 계획과 목표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 목표의 달성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상황, 세상, 변화를 그리는 비전이 저변에 있어야 하고, 그게 먼저 정의되어야 한다.  나의 인생은 어떤 골인 지점이 있어서, 그것을 넘는 순간에 끝나는 일회성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가 "과학자가 되겠어요"와 같은 목표스러운 꿈을 더 자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게 더 명료하기 때문일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나면, 무엇을(what) 어떻게(how)해야 할 지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과학자가 되는 순간이 아니라, 왜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은지이다.

비전은 왜(why)에 대한 대답이다. 왜 내가 이러한 목표들을 추구하는지, 더 나아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하루 살아가는지의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대답이다. 그것은 곧 신념이자 자기 정체성과 연결된다. Simon Sinek은 아래의 강연에서 리더들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모티베이션을 창조해 내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왜"라는 것은 즉: 무엇이 당신의 목적인지? 당신의 이유가 무엇인지, 당신의 신념이 무엇인지를 의미합니다. 당신이 속한 조직은 왜 존재합니까? 당신은 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납니까? 왜 누군가 신경을 써야 합니까?결과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외부에서 안쪽으로 향합니다. 우리는 가장 명백한 것부터 시작해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향해 가죠. 하지만 영감을 주는 리더들 그리고 단체들은, 그들의 크기와 산업에 상관없이 모두 생각하고, 행동하며 소통합니다. 내부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중략]

목표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는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지요. 목표는.. 단지 직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지요. 알다시피, 저는 항상 이것들을 말합니다. 만약 단지 그 일을 할 수 있어서 고용했다면, 그들은 돈을 위해 일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을 고용한다면, 그들은 여러분을 위해 열과 성의와 땀으로 헌신하며 일할 것입니다.... [후략]


그렇다면 이제 한 번 물어보자. 왜 우리는 무언가가 되고 싶을까? 왜 나만의 사업을 열고 싶고, 지독하게 준비하고 미국에까지 MBA를 와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어떻게 경력 개발을 할지 궁리를 할까?

내가 살던 사회에서, 그리고 과거의 나를 포함한 이곳 MBA에 와서 조차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꿈들이 암시하고 있는 비전은 비슷해 보였다. 오늘보다 더 풍요로운 앞으로의 삶을 영위하는 것 - 돈을 많이 버는 것. 유명해지는 것.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Simon이 주장하듯 이러한 것들은 실상 이유가 아니라 결과물(output)다. 어떤 궤도 이상에 이른 사람들이 누리는 타이틀을 부러워 함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돈과 명예가 최종 목적이 아닌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자신 만의 꿈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닌 사람들조차도 종종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먼저 부와 지위를 단기적으로 빨리 달성해서 여건을 형성한 후에 나만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The Monk and The Riddle의 저자인 Randy Komisar가 이를 미뤄 둔 인생 계획 "Deferred Life Plan"이라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믿는 것들은 일단 뒤로 미뤄 두고, 열심히 일하고 돈 벌고 성공해서 조기 은퇴 후에 그러한 것들을 즐기고자 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생 계획에 대해 Randy는 책 전반에 걸쳐 경고한다. 성공적인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그는 이른바 창업을 통해 대박을 내서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 연설에서도 말하지 않았나. 내일 죽더라도 오늘 하고 있는 일을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라고. 은퇴 후 넉넉한 취미 활동 자금을 모으는게 오늘의 내가 하고 있는 일이라면 아마도, 내일 내가 죽는다면 절대 하지 않을 거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가 흔히 꿈꾸는 결과/물질 지향적 삶은 동기 부여가 없고 일관되지도(consistent) 또 지속적(sustainable)이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금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이나, 퇴직 후에 하고 싶은 일이나 둘 다 성취하기 어렵다. 그 두 개의 분야에서, 왜 자신이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대기업에서의 내 직장 생활이 그랬고, 아마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의 직장 생활이 그랬을거다. 지난(至難)하다. 뭐가 되든 일단 돈을 잘 벌고, 또 어차피 내가 (나중에) 진정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보니 세상에 선택지가 너무 많다. 좀 하다가 잘 안 된다 싶으면 엉덩이가 들썩인다. 배를 갈아 타고서도 내가 제대로 경력 개발을 하고 있는건지, 가라앉는 배를 탄 건 아닌지 늘 불안하고 주변을 기웃거린다. 서점에 가면 이런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서적이 넘쳐난다. 경력을 개발하고 제태크를 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다. 우리는 왜 그런 것들이 내게 필요한지 묻지 않은 채, 실은 방향 없이 주변의 경쟁자들을 통해 나를 파악하며 하염 없이 노를 젓지 않았나. 왜?라고 누가 물으면 "잘 먹고 잘 살려고"라고 답하면 됐지만 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대답이다. 못 먹고 못 살려고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우리는 나침반 없이 항해한 셈이다. 

경력 개발과 인생에 대한 단상에서도 썼었지만, 꿈의 수립과 실행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실행을 통해 배우고, 그게 피드백이 되어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도 진화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 현실은 외면하고 내가 하고 싶은 분야로 당장 뛰어들어 위험을 감수하라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다. 이곳 Tuck에서 한 교수님이 말씀해 주셨듯, "우리들의 꿈은 어디 벽에 걸려 있는게 아니다. Your dream is not hung on the wall." 심오한 궁리와 실험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조건,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어떻게 하면 연결할 수 있을지 바로 "지금 당장부터" 고민하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일시적이 아니고, 일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중간 중간의 깨달음과 성취에도 즐거움이 있지만, 사실은 비전을 향해 진화해 나가는 여정 자체가 바로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글이 길어져서, 한 호흡 쉬어가기 위해 파트를 나누었다. 중간 중간 동영상을 걸 텐데, 시간을 들여 꼭 한 번 볼 만한 것들이다.

Part II.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세, 성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2.09.15 00:40

OECD ranks 25 best countries in the world to live in 10위


다양한 평가 기관의 "살기 좋은 나라" 랭킹에서 빠짐 없이 늘 상위에 오르는 핀란드. 이곳에 위치한 중견 IT회사에서 5주 동안 근무하면서 참 많이 배우고 보고 맛보고 느끼고 간다. 핀란드는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던 곳이지만, 출장이나 여행이 아니라 아파트를 하나 빌려서 거기서 잠자고 밥 해 먹고 Full time으로 근무하며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작 5주 간의 짧은 인턴십 경험만으로 핀란드를 얼마나 깊이 이해했겠냐만은, 그런 것들을 감안해 내더라도, 심지어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 해노버에서 1년동안 공부했던 미국에서의 삶과 비교해봐도, 5주 동안 내가 느낀 핀란드에서의 삶의 평화로움과 충족감은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이런 평화로움은 당연히 잘 설정되어 있는 복지 시스템과 아마도 천성적으로 쿨한 핀란드 사람들의 성격 등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내가 이곳 사람들과 인터뷰 해가며, 또 부대껴 같이 놀고 일하면서 느낀 바를 바탕으로 그 배경을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거기서 무언가 우리가 얻어갈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해서다.


칼퇴근 하는 핀란드 사람들. 야근이 부끄러운 사무실.

첫 번째 내가 이곳 핀란드에서 가장 드러나게 느낀 것은 바로 이들이 "자기 가족과 레져에 써야 하는 시간에 부여하는 절대적이고도 합의된 가치"이다. 한 달에 가까운 휴가도, 육아휴직도 퇴근 시간도 정말 칼같이 지켜야 한다. 그래서 정해진 기간 내에, 그리고 퇴근 시간 전까지 자기 업무를 계획한대로 끝내는 것이 이곳의 규칙이다. 그날 다 못 끝내고 사무실에 저녁 시간 넘어까지 남아 일하고 있으면 그는 열심히 일하는게 아니고, "넌 아침부터 지금까지 대체 뭐 했는데 아직까지 못 끝내고 거기서 그러고 있니?" 라는 눈초리를 받는다. 메니저도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지에 대해 딱히 고민하지 않는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성과 주의이지만 그보다 훨씬 가족과 일과 후의 제 2의 인생에 많은 중요도를 주는 느낌이다. 



매일 오후 4시에 퇴근해 보니,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처음엔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얼떨떨했었다. 그 시간에 part time으로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제대로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무엇보다 제때제때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저녁 만들어 먹고 아이를 돌본다. 그렇게 긴 육아 휴직이나 여름 휴가를 쓰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눈치를 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철한 직업관

그럼 당연히 나오게 되는 의문, 얘네들 일은 제대로 하는 건가? 어떻게 잘 먹고 살까?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하던 강대국이어서 선조들이 내려준 유산으로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영어권 국가라서 누가 유학을 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절대 덜하지 않을 수 차례 의 전쟁과 피지배로 완전히 폐허가 되었던 나라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핀란드 사람들 일 열심히 한다. 일과 시간에는 정말 눈 돌릴 새가 없을 정도로 타이트하게 업무가 진행된다. 어쨌든 각자 맡은 일의 마감일이 있을 것이고, 야근 없이 그걸 해치워야 하니 시간 내에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리고 내가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핀란드 사람들의 특이사항은 바로 이들에게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시간 내에 처리해 낸다는 것 이상의 책임감과 프로다운 면모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꼭 내가 인턴을 했던 회사 뿐만 아니라 핀란드 어딜 가도 뭔가 감탄사가 튀어나오게 하는 화려한 맛은 없지만 꼼꼼히 살펴 보면 제품이나 서비스 모두 나무랄 데가 없이 잘 되어 있다.

40%에 육박하는 세계에서 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에서, 직원들이 회사에서 우리처럼 진급이나 연봉 올리는 것에 그리 열을 올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대체 어디서 그런 책임감이 나오는 걸까,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가 나는 매우 궁금했다. 

연구 끝에 나는 그건 이 사람들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 보았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같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깊이 끌고 가면 자기 나라, 자기 민족 그리고 자신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애착이 느껴진다. 탐험가 정신과 자기 나라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우월감으로 무장한 미국 애들처럼 오지랖스런 맛은 없지만, 700년에 가까운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 하에서도 민족과 언어를 잃지 않았고, 우리나라처럼 내전과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고 거액의 전쟁 배상금을 갚아 나가면서도 단시간에 핀란드를 선진 복지국가로 만들어낸 자신들과, 그 속에서 그들이 꽃피운 깨끗한 정치, 남녀 평등, 교육, 디자인, 예술, 건축, 그리고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정말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밥벌이 하나 못하고 남들에게 폐끼치고 사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고, 업무에 있어서도 프로이고 싶어한다.


즉 이들만의 이른바 After-work-life에 대한 무한 강조와 강한 자긍심으로 떠받쳐진 책임 의식, 이 둘이 부족함이나 지나침이 없이 조화를 이루며 핀란드를 그렇게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다. 


자신과의 경쟁 vs 남들과의 경쟁

뭐 정리해 보니 딱히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웰빙 열풍과 Work Life Balal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책임감이나 프로 의식 또한 고리타분할 만큼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내가 핀란드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한국 사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그들 가슴 속에 감춘 꼬장꼬장한 자존심, 그리고 프로 의식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다.


우리의 자존심, 일하는 동기는 밖을 향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자기 성취가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는 그렇게 훈련을 받으며 컸다. 학급 석차, 수능 전국 석차, 내신 등급, 대학교 이름과 학과, 취업한 회사 이름, 연봉, 진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스템이 암묵적으로 서열화 되어 있고 peer들과의 경쟁을 통해그것들을 취해야 한다. 한 마디로 더 잘난 놈이 그 서열에서 더 높이 서는 그런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서열 사이에서의 내 위치가 곧 나의 identity이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최적화 되어 있고 우리는 이런 게임에 정말 프로들이다. 미국 학교에서도 한국 학생들은 정말 공부 잘하고 성적 잘 받는다. 그리고 아마도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힘을 원천으로 한국이 전쟁 폐허에서 이만큼 고도 성장을 이루어냈다.

근데 핀란드인들은 그 자존심이 철저히 내면적이다. 남들이 얼마나 벌고, 얼마나 똑똑하고 잘났는지 사실 별로 관심이 없다. 학교 성적표에도 등수가 없다. 자기 점수와 선생님의 첨삭, 그리고 평균 점수가 나올 뿐이다. 뭘 하든 간에 스스로 얼마나 성취하느냐에 훨씬 많은 비중이 있고 그게 그들의 자존심이다. 그 자존심이 곧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이들의 자아 정체성이다. 그 기준과 방향이 전적으로 자기 자신을 향해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상사에 대한 아첨과 이른바 라인 타기가 없다. 서로 얼마씩 받고 회사 다니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대부분 이쪽 분야에 자기가 흥미나 애착이 있어서 온거지, 수능 성적에 따라 정해진 학과, 주변 사람들이 우러러봐주는 이름난 회사로 온 게 아니다. 그만큼 자발적인 책임감이 있고, 참 모두 제대로 일한다. 

둘 다 에너지는 뜨거운데, 나는 이 "남들과의 경쟁"이 너무 과열되어 있지는 않나 싶다. 별로 건강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남들을 제치고 이겨야 하니 슬쩍 꼼수도 부려야 한다. 그리고 사는 게 늘 피곤하다. 열심히 해서 한 단계 더 올라봐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아무리 이루어도 뭔가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모든 서열 등반의 과정에는 막상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꿈이 없다.

그래서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간단하다. 이제 남들 눈치 좀 그만 보자는 것이다. 남들 눈치 좀 그만 보고, 남들하고 비교 좀 그만하고 자기 목소리에 좀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것,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열정을 느끼는 것을 찾고 그 충만한 에너지와 경쟁력을 거기에 썼으면 좋겠다. 핀란드에서 본 나보다 어린 사회 초년생 애들, 정말 쿨하고 당당하게, 또 열심히 재밌게 살더라.



꿈 같은 소리 한다고? 돈 없고 지위 낮은게 정말 그렇게도 서러울 수가 없는 곳이 서울이고 한국이란 사회다. 이미 판이 그렇게 짜여져 있는데 혼자서 자신과의 싸움 같은 순진한 이야기 하고 있다가는 속된 말로 개털 되기 쉽상인 세상인데 꿈?

꿈을 추구하라는 게 그저 하릴 없이 이것 저것 집적대 보라거나, 뭐 무소유의 삶 같은 것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입시 지옥을 뚫고 나오는 것 만큼이나 부단한 노력이나 쓰라린 실패의 경험들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 만의 길을 발굴해내고 추구하며 사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자기 자신과의 경쟁,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열정, 세상을 향한 당당함이 바로 핀란드가 말해주는 행복한 삶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neinu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