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the world!/Spain2012. 10. 28. 05:00

창 밖으로 바람이 거세다. 내가 서 있는 이 건물이 한라산보다 높은 곳이라는게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까는 바로 앞으로 보이는 작은 언덕에 올라가다가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고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정말 위험했다.

되돌아가기에도, 끝까지 올라가서 건물 안에 들어가기에도 바람에 얼어붙은 머리와 귀가 너무나도 아팠다. 

와이프나 나나 머리가 깨지려다 못해 몽롱해져서 갑작스런 기상 변화를 모르고 얇게 입고 길을 나선 와이프가 쓰러지기라도 할까 너무 걱정스러웠다.

그 뒤로 보이는 시야를 가득 채운 산맥은 두렵고도 또 아름다웠다.

밤이 되자 바람 소리가 매섭다. 불과 두 시간이면 있는 바르셀로나는 반팔소매 차림인데 이곳은 해가 지자 기온이 빠르게 영하로 떨어진다. 

그 와중에 이렇게 건물에 들어와 있으니 정말 아늑한 느낌이 더하다.

저 어둠 너머로는 벌써 하얗게 눈이 쌓인 3,000m 짜리 산맥들이 우리 숙소를 둘러싸고 있다.

눈구름과 안개에 묻혀 있지만 어슴프레 윤곽이 어둠 속에서 떠오른다.

그 너머로는 사람은 커녕 풀포기 하나 없으리라. 

가끔씩 눈발이 시원하게 내 얼굴을 때린다.

건물 밖으로 조심스레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회색 돌로 지어진 건물을 비춘다.

몇 몇 사람들도 나와 같은 느낌일까. 추운 와중에 밖에 나와 밖을 구경하고 있다.


정말 좋은 여행이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여기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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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n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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