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Tuck & IESE)2012.11.29 00:18


싸이의 최근 행보, 옥스포드 강연과 그의 힐링 캠프 출연 방송을 보면서 갑자기 몇 년 전 읽었던 강인선 저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 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책에 이르기를, 인생은 점잇기 그림과도 같다고 했다.

점을 찍을 때는 서로 무관해 보이고 엉망진창으로 보이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그 무관해 보이는 점들을 하나씩 이어나가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아, 늘 헤매고 다닌 줄만 알았는데 완전 엉망진창은 아니었어. 내가 무심코 한 일들이 다 쓸모가 있구나.' 하는 안도감. 또 더 멀리 오래 가서 뒤돌아봤을 때 또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그 행복감.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도, 블랙 스완은 언제나 그것이 발현하고 난 후 회상을 통해서만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지 않았나.


새삼스레 참으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동시에, 그것들이 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 내가 그리게 될 '큰 그림'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런 구도로 보니 그림 그리는 과정과 유사하다.

내가 무언가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노트와 펜을 꺼내들 때는 무언가 멋진 이미지나 영감, 이른바 "삘"이 머릿 속에 떠오를 때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막상 그리기 시작하면, 그 느낌이 사실 얼마나 애매하고 불완전한 영상이었는지에 한 번 놀라고, 그림이 다 그려지고 나면 그 완성물이 시작할 때 머릿 속의 이미지와 사뭇 다름에 놀란다. 아니, 애시당초 초반의 이미지와 결과물은 같은 뿌리를 둘 지언정 사실상 거의 다른 존재다. 그 초반의 영감(Inspiration)은 나를 움직이게 했던 촉매이고, 그 촉매 위에 그림을 형상화시키는 것은 그리는 사람의 재능, 경험, 기술과 같은 Capability다. 그 둘은 상호 보완적이고 서로 독립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초반의 영감이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하고, 그림 기교와 실력이 그것을 얼마나 가깝게 재현하느냐의 과정이 아닌 거다. 어딘가 불완전한, 그러나 강렬한 Inspiration이 있고, 자신의 Capability가 그것을 보완하며 둘이 상호 작용하며 그림이 완성된다. 마치 싸이가 연설에서 자신의 지난 커리어를 회고하듯이,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야 여기저기 찍어두었던 점들이 어떤 역할과 작용을 했는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회상 속에서 자신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이른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케이스를 통해서 성공한 기업들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배우지만, 그 분석의 과정은 늘 회상적이다. 그 결과물을 그대로 카피해서는 결코 기업이 탄생하여 살아 숨쉬게 할 수 없다. 어떤 기업의 사업 모델도 절대로 같을 수 없다. 나의 경력을 만드는, 인생의 큰 그림을 만드는 메커니즘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그럼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 :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나?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리려면 어디에 어떤 점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이 질문의 답에 대한 단서가 될 만한 조언을 최근에 수업 중에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 Professor Mª Julia Prats으로부터 들었다.

Good career is not about going up. It's about having/developing different capabilities. 

좋은 경력은 얼마나 상향하는가 (더 높은 직급, 더 많은 연봉, 더 유명한 회사 입사, 내가 다니는 회사 사장되기? 등)에 대한 게 아냐. 좋은 커리어는 어떤 자기 계발을 하느냐에 대한 거야.

딱히 경력 개발에 대한 수업도 아니었고 잠깐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나는 어떤 깨달음 때문에 충격에 휩싸였었다. 나는 또 어느새, 어떻게 상향하느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 핵심은 그게 아니다.


이제 아까의 질문에 대답해 보자: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나? : 그 그림이 무엇이 될지 지금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다소 막연하지만, 무언가 강렬한 동기부여와 끌림과 방향과 이루고 싶은 불완전한 이미지가 있다. 계획과 실행보다 더 선행하는, 뭔가 좀더 근본적인 힘 말이다. 사장이 되겠다, 진급 더 하겠다, 떼돈 벌겠다, 유명해지겠다와 같은 "going up" 명제들은 이러한 동기 부여의 원천도 목표도 될 수 없다. 그건 이미 남의 결과물에서 나온, 점잇기가 끝난 그림에서 나온 부산물에 대한 무의미한 동경이다. 어제 Emerging Economics라는 수업에서 경제적 부와 행복지수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도 인지되는 내용이었지만, 사람은 환경에 대한 놀라운 적응력을 가졌기 때문에, 부와 안락함 같은 물질적인 지표의 달성은 당신을 영원히 채워주지 못한다. 그 과정은 자체로 지난하고 재미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약간의 부연 설명: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중요하지 않고, 그저 마음가는 대로 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 선행하는, 활활 타오르는 영감을 찾으라는 이야기다. 그 위에 Goal이 세워지고, 전략과 실행이 이루어지지만 그 과정이 어떤 결실로 나타날지는 차후에 알게 되니 자신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지 말고, 그림을 그려 나가는 과정을 즐기자는 것. 자신만의 열정의 소스를 찾는 것에 관련해서는 MBA1년, 등불을 걸다 도 참고.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리려면 어디에 어떤 점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 

  • 나의 Inspiration이 말하는 대로 - 상향하겠다는 직설적인 명제에서 해방되면 나의 커리어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게임이 된다. 최근 들어 나릉 강하게 잡아 끄는 무언가들이 있다. 
  • 때로는 정말 무작위로 - 내가 대학교 때 들었던 인류학 개론, 영화와 역사, 미학 개론과 같은 내가 현재 있는 위치와 너무나도 다른 차원에 있는 수업들이 지금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MBA에 오게 된 것,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것, 모든 것들이 내 인생에 내가 계획 당시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거대한 변화와 임팩트를 초래하고 있다. 좀더 자유로워지고 마음의 소리를 듣자. 저 먼 곳에 찍어둔 점이 나중에 나의 인생 그림을 크게 바꾸어 놓는다. 
  • 최선을 다해 - Inspiration을 활활 불태우자. 전문가 정신을 가지고 내가 찍는 점 하나 하나를 통해 나를 연마하자. 그들 중 어느 하나도 무의미하고 허툰 것은 없다. 그 점들이 나의 영감을 구체화하고 완성시키며 어느 순간 그것들을 연결하는 순간(connecting the dots)이 올 거다. 돈 보다 시간이 더 중요한 자원이다.


써놓고 보니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던 것들이 비로소 연결되며 뭔가 얻은 기분이다. 글이 너무 추상적이고 난해하게 쓰여진 이유는 아직 내공이 한없이 부족한 이유다.  (내일 아침 첫 수업에 기말 시험도 있는데 새벽 세 시까지 난 뭐한거지.) 


6년 전, 내가 경력적인 문제로 너무나도 힘들어 하고 있었을 때, 그 고민과 힘듦의 정점에 이르러 있었던 나를 왈칵 눈물 쏟게 만들었던 책 머릿말에 있던 문구로 마치겠다. 왠지 모르게 나는 울면서 서점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집어 들어 값을 지불하고, 그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걸 내내 읽고, 일주일 후 나는 내 첫 회사에 사직서를 냈었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그 때를 계기로 내 인생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아직도 생생하게 당시의 그 문구 한 구절 구절을 기억한다.

"잘되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보다는 차라리 실패해도 좋다는 각오로 무장해라. 발 편하고 튼튼한 구두를 신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모든 일이 다 잘될 것이라는 낙관을 버리지는 마라."



IESE에서 GROWTH라는 신생 기업들의 성장 모델을 분석하는 전략 수업을 들었다. 대부분이 교수님이 직접 쓴 케이스를 다루고, 분석과 의사 결정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한 후에 직접 그 케이스에 나오는 기업의 CEO를 수업에 초빙해서 그 당시의 실화를 듣는다. 너무나도 많이 자극 받고 배웠던 수업.


Mª Julia Prats 

Associate Professor of Entrepreneurship 


Doct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Harvard University

Master in Business Administration, IESE, University of Navarra

Degree in Industrial Engineering, Universitat Politécnica de Catalunya


Posted by neinu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