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Tuck & IESE)'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2.09.08 MBA 여름 방학 종료
  2. 2012.09.04 MBA preparation the very basic - Thank you letter
  3. 2012.08.29 MBA 1년, 등불을 걸다. (4)
  4. 2012.08.17 Why the hell MBA?
MBA (Tuck & IESE)2012. 9. 8. 05:02

오늘을 마지막으로 나도 드디어 두 번째 인턴십을 끝냈다. 한국 조선처럼 개발한 제품의 98% 이상을 외국 오만 가지 나라의 회사들에 팔아야 하는 회사였고, 그만큼 다른 문화의 이해,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collaboration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가 다시 한 번 정말 가슴 속에 깊이 또 깊이 새겼다. 이 메시지를 이곳 회사 사람들에게 전파하려고 이곳에 있는 5주 동안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이들에게 프리젠테이션과 워크샵을 열었었다. 그리고 나중에 따로 정리하겠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저력을 연구하려고 점심 사줘 가며 참 많은 애들하고 많은 인터뷰를 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경험하며 그 속에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조선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인도 등 여러 국가의 애들하고 후진 인터넷과 모자란 영어로 원격 미팅하느라 고생도 했지만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고 진심으로 고맙다. 



이제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된 헬싱키에서, 오랫동안 방황하던 나에게 갈 길을 찾게 해준 이 모든 기회을 만들어 준 Vice President인 Ilmo와의 마지막 저녁 식사. Hydrodynamics 분야의 대가로 시작하여 창설 이래 이 회사를 30년간 키워온 분이다. 한국 문화와 한국인에 남다른 호감과 애착을 가지고 있고, 이제 곧 할아버지가 된단다. 


이 글을 볼 일이야 없겠지만 마음 깊이 감사하며 그의 건강을 기원한다.


이제 다음은 스페인이다. 어떤 새로운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Posted by nein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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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Tuck & IESE)2012. 9. 4. 22:33


이번에 할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고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이다. 누구를 만나던 간에 그게 끝나고 나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라는 거다. 모든 인맥 활동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이겠지만 MBA 세계에서는 특히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에티켓이다. 인터넷 조금만 뒤지면 많이 나오는 아주 흔하디 흔한 이야기인데 굳이 여기에 쓰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안 지켜지고 있어서다.

MBA지원을 위해 학교 이름을 키워드로 참 많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 한국 지역 Ambassador도 하고 있고, 스스로도 지원자들 만나는 것을 즐기니 한때 지원자의 입장이었던 나 역시 지금은 재학생의 입장에서 많은 지원자들과 연락을 하게 된다. 

어쨌든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하나라도 더 얻어갈 수 있을 테니 나에게 연락하는 이들의 전략은 각양각색이다. 인간미와 유머로 친근하게 앵겨드는 사람, 빠방한 경력과 '나 이 바닥에 대해 좀 알아'라는 내공력을 잔뜩 드러내는 사람, 겁을 잔뜩 먹어 실수 투성이인 사람... 그리고 가끔씩이지만 정말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사람도 나타난다.

그런데 서로 진도가 잘 나가다가도 Thank you letter가 없이 대화가 끝나면 꼭 뭐 싸고 밑 안 닦은 마냥 찝찝하다. 더군다나 이메일 등으로 질문을 받아서 열심히 답을 써 줬는데 아무 응답이 없는 경우는 정말 매우 안 좋다. 

MBA가 되던 진로 상담이 되건 당신은 상대방으로부터 공짜로 무언가를 얻는 거다. 자기가 가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그 사람이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식견을 시간과 공을 들여 공유해 주었을 때는 반드시 이 마무리 절차가 기본 예의이다.

Thank you letter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당신이 누군가와의 만남을 끝낸 후 별도로 감사의 인사를 해 놓는 것은 상대방에게 나를 다시한 번 각인시킴과 동시에 본인과 그 사람과의 관계를 일단 open해 두는 거다. 이렇게 해 두면 시간이 좀 지났더라도 다시 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어색하지가 않다.

당신이 만날 사람을 impress하고 싶다면 자신의 경력을 뽐낼 게 아니라 진실된 Thank you letter를 써라. 자신이 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뭘 얻었고 느꼈는지,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추가로 고민해 볼 계획인지 또 차후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진중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 남겨보자. 당신이 기대하던 이상을 얻어낼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백그라운드를 갖추었어도 이 기본적인 매너를 모른다면 당신은 계속 아마추어다. 부디 프로가 되시길.




Posted by nein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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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Tuck & IESE)2012. 8. 29. 02:44

이제 8월이 슬슬 마감되어 간다.
MBA 2년 중 그 1절반인 1년이 마감되고 새로운 2학년이 시작되려는 것이다.

그 이전에 말할 수 없이 바쁘고 다이나믹했던 Tuck에서의 1년 학기, 그리고 몇 명 안되지만 한국 재학생 회장을 하며 있었던 일련의 경험들, 그리고 끓어오르는 사막의 미국 풍력발전 건설현장과 이제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된 헬싱키의  Maritime IT회사에서 여름 인턴을 한 것 등이 떠오른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수 년 전 MBA를 가겠다는 무모하고도 철이 없었던 결심을 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토록 고대하던 MBA의 과정도 절반을 훌쩍 넘겨 버리고 말았다. 나는 무엇을 얻었고 뭐가 변했나? 

MBA에는 더 많은 일이 있지만, 나에게 깨달음을 준 중요한 사건이었던 인턴십을 위주로 이야기 해 보겠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오비맥주의 이호림 사장님이 내가 학교에 가기 전에 Tuck에서의 생활을 묘사해 준 일이 생각난다.
"길거리에 보면 소방 호스 있지? 그걸 뽑아다 덕훈씨 입에 꽂아요. 그리고 물을 최대로 틀어. 그럼 입에 들어오는 거, 대부분은 못 삼키고 촤악 하며 사방으로 튀고 턱 밑으로 줄줄 새는 거 뭐 막 엉망이죠? 그 와중에 자기가 필요한 거 골라내 가며 삼키고 소화해 내는 거에요."

돌이켜보면 미국 MBAer 중에서는 나름 특이한 경력을 지녔던 것 같다. Naval Architecture라는 흔치 않은 전공에 7년 간 회사에서 기술 영업 (배를 디자인하고 Buyer와 기술 계약 협상을 하는 곳) 을 해 왔으니 말이다. 특히나 Naval Architecture는 공학 중에서도 컴퓨터, 유체, 기계, 재료, 토목 등과는 호환성이 낮고 포션도 작은 영역이고, 영업, 전략, 인사, 회계, 재무와 같은 MBAer들이 보통 이력 상 한 번 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만한 분야와도 거리가 멀다. 그야말로 "배"만을 위한 영역인 것이다. 어디 주변이나 회사에나 MBA나왔다는 사람도 없었고 나와 유사한 경력을 가져서 내가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 내가 애시당초 왜 MBA를 생각하게 되었나? 

내가 하던 일에 재미도 느끼고 있었고, 또한 막연하게나마 Maritime이라는 영역에서 내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도 있었다. 즉 현재가 싫고 답답하여 무언가 탈출구를 찾다 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과하고, 내가 세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좀 거창하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 켠에서 무언가 이곳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탐험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어디 쯤에 있는 건지, 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가늠할 수 있는 비교표를 얻고 싶달까.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이 세계에 입문하고 나니 과연, 발을 들이민 바로 그 순간부터 "비즈니스"라는 키워드로 커버되는 모든 영역이 그 소방 호스에서 나오는 물마냥 힘차게 나에게 쏟아져 퍼부어졌다. 그러한 모든 것들이 생경했고 나는 무척이나 촌뜨기였다. 그래서 더욱 정신을 못 차렸고,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어 이리 저리 기웃거렸던 것 같다.

좋게 말하면 탐험, 나쁘게 말하면 하릴 없는 방황의 시작이었다. 당시에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지을 수 있는 분야를 찾을 수도 없었지만, 뭣보다도 퀴퀴한 조선업종에 비해 모든 게 다 섹시해 보였다. 금새 기존의 계획은 잊은 채 수업, 프로젝트, 그리고 여름 인턴십에 이르기까지 무언가 삐까번쩍한 것을 해보자는 욕심에 여기저기 엄청나게 집적거리고 다녔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사력을 다해 뛴 것 같은데, 1학년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여름 인턴 리크루팅에서 여기저기 멋드러지게 미끄러졌다. 5월이 마감되어 가는데 내게 남은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바닥을 치는 자신감 뿐이었다. 처참하고 한심했다. 다들 여름 인턴십 채비로 바쁜데 나는 이제 와서 무얼 해야 하나. 나는 학교 이름에 먹칠을 하는 무능한 낙오자 같았다. 조선이라는 인기도 없는 딱지가 붙은 나를 대체 뭘 보고 이 학교에서 뽑아준걸까.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데.


바람을 피우다.


그러다 방학을 한 달 남긴 5월이 다 된 시점에 기회가 생겼다. 솔직히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대도시 스카이 라운지를 낀 오피스도 아니고,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미국 중부의 풍력 건설 단지 현장에서 project management를 하는 일이란다. 워낙 촌동네라 차를 두 번, 비행기도 한 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오클라호마 주의 가이몬이라는 인구 10만 남짓의 도시.

도착해 보니 내가 일할 사무실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낡은 창고 하나를 이제 막 임대를 하여 여기에 Inventory 창고를 차리고, 관리 직원을 뽑고, 파티션을 짜서 공간을 나누고, 필요한 가구를 사고, 전화/인터넷 등 Utility계약을 해야 한단다. 1시간 거리에 있는 현장에서 공사는 한참 진행 중이다. 대규모 풍력 발전기 수십여기를 설치하는 그야말로 회사의 사활을 건 공사에, Engineering 회사는 독일, 시공사는 미국, 관리사는 한국이라 별의별 사람들이 현장 사무실에 모여 있다. 공사 마감일은 턱없이 부족해 보이고, 바람이 많은 지역이라 툭하면 폭풍우가 와서 공사를 중단시킨다. 

이른바 A부터 Z까지 정말 모든 것을 다했다. 노가다판 마냥 나무 구해다가 톱질에 못질해서 재고 창고용 테이블을 만들고 사무실에 필요한 사무용품을 사왔다. 주말에는 사무실에 나와 계약서 리뷰를 하고, Change Order를 체크해서 장부 계산하고, 시도 때도 없이 Wind Turbine에 문제가 생기면 엔지니어와 차를 타고 현장에 갔다.

현장은 뜨거웠다. 늘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데, 온풍기를 얼굴 바로 앞에 두고 쐬는 것 같았다. 섭씨 50도를 우습게 넘기는 온도에 무거운 안전 장구를 걸치고 80m짜리 tower를 오르며 돌아다녔다. 탈수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물을 엄청나게 마셔야 했다. 그러다 갑자기 Storm이 오면 콩알만한 우박이 쏟아지곤 했다. 독거미와 방울뱀까지 작업자들을 괴롭혔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 뿐이었다. 수업에서 다루던 공식이나, 비즈니스 케이스에서 논하던 전략들은 다 어디가고 난 여기서 공구상자를 메고 타워를 오르고 있는가? 동창들은 뉴욕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에서 만인이 동경하는 세련된 생활을 즐기며 그간 MBA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하고 있을 터인데 난 여기서 뭐하고 있나?

오기와 악을 에너지 삼아 일했다. 사실 이곳의 모두가 그랬다. 그곳은 회사의 사활을 건 한판 승부처였고, 작업자들 모두 어떤 절박함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나의 홈그라운드로.


두 번째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첫 번째 인턴십이 끝나갈 무렵, 나의 처갓집, Maritime industry의 한 IT회사에 메일을 한 통 넣었다.

사실 기대감은 전혀 없었다. 그간 내가 조사한 바로는 해양 분야에서 딱히 미국 MBA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도 없었고, 미국 회사처럼 MBA를 위한 정형화된 인턴십 프로그램을 가진 회사도 없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해운이나 조선 업계에서도 Energy efficiency는 매우 뜨거운 이슈이고 여러 가지 기술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information technology가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지녔다는 사실이 나로써는 평소부터 흥미로웠다. 그런 나의 관심사에 대해 좀더 같이 고민해보고 싶다고 메일을 썼다. MBA 인턴십이 없는 회사이니 방학 때 시간이 남으면 멀리서 원격으로나마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 회사의 Co-founder이자 Technology팀의 VP 가 직접 관심을 보였다. 이 문제에 관해 본사에서 같이 작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갑자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얼마나 있을 수 있고 체류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몇 차례 협의한 후에 바로 핀란드의 헬싱키로 날아왔다. 


Maritime Industry, 다시 나의 홈그라운드로 돌아온 것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Shipping 분야, Ship Design technology, Energy efficiency에 대한 여러 리소스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쪽에도 방대한 세계가 있었고 대단한 역량을 가진 고수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퇴근하고 해안 도시인 헬싱키를 돌아다니면 어느 곳을 가도 크고 작은 선박과 요트가 떠 다녔다. MBA를 떠나기 전에 내가 디자인한 배가 거대한 건조물로 완공되는 모습을 볼 때의 감동이 다시 찾아왔다. 많은 것을 잊으려 애쓰고, 또 잊고 있었던 느낌이었다.





So what?


이야기를 좀 정리해보자. 그럴싸하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조선 백그라운드 탈출을 시도하다가 잘 안되니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뭐 그런 이야기 아닌가? 맞다. 전혀 자랑하려고 쓴 게 아니다. 별 대단할 것도 없는 나의 과거를 굳이 시간 들여 여기에 쓰는 이유는, 이 글을 보는 보는 분들이 MBA를 통해 좀더 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하고 얻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모든 것의 본질이 무엇이었던가?


회상해 보니 나는 다른 분야를 서성거리고 엿보았을 뿐이지 그에 대한 마땅한 비전도 그 분야에서 진심으로 느껴지는 재미에서 우러나오는 열정도 없었다. 탐험해 보겠다는 전제는 좋았는데, 그냥 현지에서 아무거나 걸려라 라는 식이었던 것 같다. 몇몇 분야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사가 자기 분야에의 식견과 애착을 본다. 그 분야에서의 경력에 의해 우러나오는 통찰력, 그게 없으면 오랜 시간 동안의 관심이나 뜨거운 열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것들이 없이 인터뷰 연습이나 레주메 쓰기 같은 형식에만 집중했으니 좋은 결과가 없었던 것 같다. 막상 평소에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주제,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있으니 이메일 몇 통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없던 MBA인턴십이 뚝딱 만들어진다. 물론 인터뷰, 레주메, 커버 레터 같은 것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을 효과적으로 selling하는 정말 중요한 요소들이고, MBA 세계에서는 하나의 art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들 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아이디어, 자신의 인싸이트가 있어야 서로가 시너지 효과가 나고 형식에만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나?


그러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도 답이 보인다. "한국 탈출", "미국 대도시 입성", "억대 연봉", "포춘 XX대 기업 취업" 이런 이른바 "남들이 보기에 엣지 있어 보이는"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MBA와 방대한 네트워크가 주는 리소스를 이용해서 짜릿한 재미와 열정을 느끼는 자신 만의 비전과 목표를 발굴하고 다듬어 내는 것이다. 근본적인 열망이 없는데 뭔가 있나 싶어 기웃거리거니 결과가 안 좋고, 내 길이 아니었던 것뿐인데 스스로를 잘못된 잣대로 남들과 비교하고 평가하니 자신이 비참하고 한심하게 느껴졌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사네, 연봉과 Life style이 어떻네가 정말 아무 관심 없어질 정도로 엄청난 재미와 벅찬 기대감, 그리고 성취감을 느끼는 자신만의 밑그림을 그려냈다면 비록 그 겉모습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 사람이 가장 MBA를 잘 활용했다라고 말하겠다. 다시 잘 살펴 보면, MBA에는 그런 자원과 기회가 산재해 있다. 


마음을 씻어내고 나에게 맞는 옷을 입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 보자.

풍력 발전 단지에서의 한 달은 힘들었다. 마치 군대에 다시 들어온 것처럼 환경도 열악했고 주변 사람들은 거친 현장 엔지니어들이었다.

그런데, 땀을 뻘뻘 흘리며 타워 꼭대기에 기어 올라가 그 꼭대기에 올라가 줄 하나에 매달려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세상을 내려다보고 평야 끝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쐴 때면 나는 정말 미국 어느 지역보다 내가 멋진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엔지니어들과도 같이 땀흘리고 농담 주고 받으며 친해지며 여러 모로 정말 많이 보고 배웠다.

해가 지는 저녁 즈음, 헬싱키의 바닷가 저 멀리 불을 켜고 들어오는 거대한 선박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옛날 교역물을 싣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던 뱃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기술이 달라졌을 뿐이지, 같은 배이고 같은 바다 냄새가 난다. 우리가 쓰는 많은 용어와 엔지니어링 기법 역시 오랜 옛날 범선으로 교역을 하던 시절부터의 흔적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선박이라는 거 퀴퀴하고 무식한게 아니라, 이제 와서 멀리 돌아 와서 다시 보니 오랜 손때 묻은 골동품같이 멋스럽다. 

이제 와서 보니 MBA오기 전, 해양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나만의 거창한 초반의 포부에 밑그림을 그린 것도 같다. 오클라호마에 있으면서 해상 풍력 발전의 가능성과 현주소에 대해서 많은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었고, 헬싱키에서는 선박 운용과 에너지 효율을 IT와 접목시키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1년 간 주류 mainstream가 아니라는 핸디캡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동시에 호되고도 좋은 훈련이었고 그 훈련은 나에게 사고의 유연성을 주었다. 그리고 타 분야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심 같은 감정도 없앨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리 저리 방황하고 넘어져 엎어지는 사이에 뭔가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고, 이제는 많은 것들이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가지고, 느끼고 또 알던 것들은 다시는 이전과 같지 않다. 

써놓고 나니 참 당연하고 모르던 내용도 아닌데, 그 안에 있을 때는 잘 안 보이고 안 들렸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제서야 그것들의 맥락이 보인다. 잘 안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꾸 남들하고 비교해서 자신을 평가하려는 습성이 자신의 시야를 가린다. 

이거 해본 사람은 알거다. 5월 말이 되도록 인턴십 하나 못 잡은게 얼마나 사람 피를 말리고 처참한 기분이 들게 하는지. 그런데 일이 어떻게 풀릴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어느 순간에도 결국 일이 잘 될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아라. MBA는 대부분들에게 큰 투자이다. 그러니 더더욱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 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만들며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쫄거 하나도 없다.

1년 간 이곳 저곳에 내가 가는 길에 몇 개의 이정표가 될 만한 등불을 걸었다. 조금은 더 넓어진 시야로, 조금은 더 능숙하게 2학년을 꾸려보자. 

Posted by nein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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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수란

    글 정말 잘 쓰시네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아마 저도 매우 피말리는 1년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뭔가 보람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네요.

    2012.09.16 17:33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수란 님. ㅎㅎ 정말 남들 눈치 보지 마시고, 자신만의 정말 재밌는 일 찾으셔서 당당하게 2년을 즐기세요. 화이팅입니다.

      2012.09.17 05:36 신고 [ ADDR : EDIT/ DEL ]
  2. 무한한 찬사 대신 무거운 박수를 보낸다

    2014.04.04 01:49 [ ADDR : EDIT/ DEL : REPLY ]
  3. 무한한 찬사 대신 무거운 박수를 보낸다

    2014.04.04 01:49 [ ADDR : EDIT/ DEL : REPLY ]

MBA (Tuck & IESE)2012. 8. 17. 05:00






핀란드의 한 Maritime IT회사에 와서 인턴을 하고 있다. 30년 전 선박 계산용 프로그램 개발 팀이 자회사로 독립하여 만든 회사가 이제는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Ship design solution provider가 되었다. 바다 내음이 풀풀 나지만 당연히 매우 technology focus된 회사이고 그런 만큼 MBA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들이 많다.

이들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는 동시에 요즘 한국 지원자들로부터도 문의 메일도 두루 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 MBA지원자들과 미국, 또는 여기 헬싱키에 와서 만난 지원자들하고는 좀 질문의 포커스가 달랐다.

이곳 핀란드에서도 MBA프로그램은 생각보다 인지도와 인기가 높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주로 내가 어쩌다가 MBA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걸 통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가 주요 주제가 된다. 곧 자신이 왜 MBA에 관심이 생겼는지 또 어느 학교가 관심 분야에 대한 리소스가 많은지 등에 대해 말한다. 어떻게 지원 준비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차후 이것저것 알려주기로 한다.

반면 많은 한국 MBA지원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그런 고민보다는 단도직입적으로 Tuck에서의 좀더 자세한 일상과 정보를 원한다. Tuck이 타 학교 대비 강점이나 특색이 어떠한지를 묻는다. 좀 돌려서 말하지만, 결국 지원용 에쎄이 소재를 원하는 것이다.

물론 이 차이는 한국 MBA지원자들이 나와 만난 맥락이 틀리기 때문이다. Tuck에 다니는 재학생을 연결하여 만났으니 Tuck에 대한 정보를 묻는게 당연한 것이고, 이미 본인들이 MBA를 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보통 고민이 끝난 상태에서 나와 연결이 되었을 테니까.

그런데 막상 그들의 질문에 대답해주기 위해 "MBA와서 무엇을 얻어가고 싶으신데요?" "향후 목표가 무엇인데요?" 라고 거꾸로 되물으면 대부분은 선뜻 자신있게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미 GMAT이나 TOEFL등의 시험 점수도 다 나왔고 에쎄이도 쓰기 시작했다는데 "why MBA?"나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는 구상 중이란다. 이러면 내가 Tuck의 특성 대해 좋은 점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캠퍼스가 참 예뻐요." 정도 수준이다. Needs를 알아야 그에 빗대어 뭐가 좋고 나쁜지를 논할 수 있는데 대화에 앙꼬가 빠져 있다.

내 대학 입시 시절같다. 어쨌든 수능 시험을 치고 점수가 나오면 학교별 학과별 커트라인에 따라 지원할 곳이 라인업 된다. 들어가기 더 어렵고 커트라인이 높은 곳은 당연히 더 좋은 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곳이었다. 그 세대 그 시절의 유행에 따라 학교와 학과 서열 관계가 커트라인과 경쟁율에 의해 조정된다. 이러니 더 높은 수능 점수와 내신, 논술 능력 등 지원 패키지가 모든 것의 우선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 다음 문제다.

이제는 이런 패러다임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수순이 아직도 한국 MBA지원자들에게는 사실상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 최소한 나부터가 그랬다. GMAT점수가 나오자마자 찾아본 것은 각종 MBA ranking과 합격자 평균 GMAT점수였다. 더 좋은 점수 = 더 랭킹이 높은 학교 = 더 성공적인 인생 뭐 이런 수식이었던 것 같다.

그러한 접근법이 뭐 또 그렇게 나쁠 건 뭔가? 내 꿈과 목표라는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을진대, 당연히 일반적으로 더 명문 학교의 졸업장을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하고, 당연히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기회도 많을 것이다.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어떤 직종이 있는지 그게 내 입맛에 맞는지 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는가? 그럴 때는 사회적인 시스템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가다듬어진 랭킹에 근거해 움직이는게 제일 안전하고, 그 후에 뭘 할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고려할 수도 있잖은가? 권고할 만한 방법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굳이 부정해야 할 건 뭔가.

내가 많은 한국 MBA지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러한 접근법이 좋거나 나쁘니 어쩌라는 것이라기 보다는,

바로 이른바 Top MBA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깨어나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왜 MBA가 필요한지 잘 모른 채, 위에서 말한 한국형 입시 방법론으로 지원을 준비하는 데에는 명문 비즈니스 스쿨만 나오면 뭐가 되든 잘 될 거고 내 투자가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어느 대학을 나오느냐의 문제보다 특히나 더, MBA는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자 툴tool이라고 생각한다. 입학하자마자 무지막지한 양의 리소스와 과제가 쏟아져 내리지만, 무엇을 취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고, 차후에 그런 것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결과 또한 천차만별이다. 학교 마다 가르치는 것이 비슷해 보이지만 교수들의 경험이 틀리고, 학풍이 다르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틀리다. 언제 해야 하는지 시기가 딱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MBA가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나의 경력을 꾸려갈 많은 방법들이 있고, MBA 없이도 성공적이고도 만족스런 삶을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본인만의 롤 모델, 자신이 진심으로 열정을 느끼는 곳, 그리고 그런 것들을 성취하기 위한 길에 MBA가 있어야 한다는 적법하고도 구체적인 당위성 - 이런 것들이 지원 준비의 가장 핵심이고 제일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 아닐까.

이곳 애들마냥, 좀더 쿨하게 보자. 그래야 논리적인 생각이 가능하다. 열기를 좀 식히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점검해 보면 아마 많은 것들이 달라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MBA입학이라는 허들을 노릴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자신만의 목표를 노리고 던져야 한다. 그럼 첫 번째 허들은 자연스럽게 넘는 것이다. 


그리고 합격증은, 진심으로, 험난하고 머나먼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Posted by nein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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