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Tuck & IESE)2013.03.26 07:11

아마도 퇴직 전까지 내 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방학은 유난히 바빴다. 전문적인 것도 아니고 적당히 구색 갖춘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게 이렇게 어렵고 자원이 많이 들어갈 줄은 미처 몰랐다. 그 와중에 새삼스레 배운 점 하나: 세상에 좋은 아이디어 있다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는데 막상 그걸 구현해줄 수 있는 좋은 엔지니어는 늘 턱없이 부족하구나. 그들이 진정한 갑이더라. 난 왜 엔지니어 때려치우고 MBA왔을까 잠깐 고민해봤다.

머리 싸매고 조물딱 거리던게 조금씩 진전을 보이면 그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매일 깜깜한 밤 자기 직전까지 케이스 읽고 과제 하고 페이퍼 쓰고 허덕이며 사는거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지만 재밌는 주제를 만나 찾아보고 읽고 고민하며 하나 둘 깨우치고 배우는 순간만큼은 짜릿하다. 모든 것을 돌이켜보면 나는 생각보다 많이 변하고 배웠다.

이제 마지막 학기구나.



Posted by neinume
TAG MBA, Tuck
MBA (Tuck & IESE)2013.02.22 06:10


경영학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케이스를 다룬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이를 분석하고, 토론하며 문제의 근원에 좀더 깊이 파고든다. 매번 조직의 장이 되어 상황을 분석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모의 훈련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케이스는 거기서 포커스하고 있는 몇 가지 이슈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모의 훈련은 사실 현실과는 완연히 다르다. 특히나 조선소 같은 Heavy manufacturing industry에서 좀더 현장에 가까운 엔지니어링을 했던 나로써는, 경영 전략이나 시장 예측 등을 둘러싼 케이스 스터디의 토론이 좀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이 들릴 때가 많았다. 실제 현업, 현장에서의 daily operation은 아비규환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전략 수업에서 쓰는 멋스럽고 전문적인 개념이 나오기 그 이전에, 미처 상상하지도 못한 사소한 문제들이 프로젝트의 발목을 턱턱 잡는 사건들이 매일 같이 일어나는 곳이 사업 현장이라.

우리는 회사에서 혁신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할 때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을 희망하며 이를 혁신이라 표현하곤 했다. 그런데 그게 구체적으로 무얼까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이 없었고, 이미 일어난 성공담의 해석을 통해 혁신을 하향식 (Top-Down)으로 이해할 뿐이었다. 때문에 어떤 결정을 시행(Execution)하는 부분보다는 대부분이 전략 수립을 위한 주요 의사 결정과 그를 위한 분석에 초점이 있었다.


How Stella Saved the Farm이라는 책은 전략 수립과 의사 결정에 art와 know-how 있듯이, 경험과 감이 좌우하는 것 같은 그것의 실행/수행에도 정론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내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Windsor Farm이라는 동물에 의해 운영되는 농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직의 모습이 우화를 통해 재미있게 그려진다. 우리가 혁신이라는 슬로건 아래 벌이는 모든 종류의 새로운 일들을 "실행"(Execusion)하고 "완성"(Getting things done)하는게 실제로는 어떤지에 대한 나름의 실질적인 묘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 루머, 온도차, 질투 등이 조직 내에 자아내는 다양한 종류의 인간적인 갈등과, 자금/경험/사람 부족으로 인해 야기되는 물리적인 어려움들이 적절히 예시되고, 그것을 인식하고 풀이하는 원칙이 꽤 설득력있게 정리되어 있다. 짧은 우화로 꾸며져  윤태호 작가의 미생같은 깊이나 디테일은 없지만 그만큼 소화하기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게 특히 와닿았던 부분은 우리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특히 사내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할 때 발생하는 이런 모든 갈등들이 실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그리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추구할 때에 집중해야 할 것은 당장의 output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하나의 실험(experiment)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 명확한 가설을 세우고 결과를 측정하여 빠른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을 달성하는 데에 주력할 것.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해 나갈 것. 그 외에도 내가 이전에는 미처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좋은 원칙들이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 있다.

요즘은 저자인 Chris Trimble 교수의 Innovation Execution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첫 수업 시작에 교수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혁신은 히어로가 기발하고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나, 우매하고 보수적인 이들을 깨우쳐 주고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는 로맨스 스토리가 아니라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How Stella... 를 읽은 우리에게 교수가 물었다. 누가 농장을 구했냐고. 현실에서는 혁신의 성공 스토리에는 한 명의 주인공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프로세스에 녹아들고, 참여자들이 조직이 되고, 다양한 시도와 경험이 전문성을 배양하며 한 걸음씩 혁신이 이루어진다. 모두가 혁신의 주인공이었다. 참 맞는 말이다.

무언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 냈는가? 전략과 아이디어가 수립되었나? 실행(Execution)에 대해 생각해보기에 십몇 불과 서너 시간의 투자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 같다.


Chris Trimble Adjunct Associate Profess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미해군과 컨설턴트 출신답게 정말 hard worker다. 이번에 듣고 있는 Innovation Execution에서도, 수업의 완성도가 높은 만큼 학생들에게 시키는 과제의 분량도 제법 살인적?이지만, 혁신과 실행이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영역을 깔끔한 개념과 원칙들로 잘 구체화/체계화한 것 같다.

DEGREEBS

University of Virginia, 1989; MBA, Tuck School of Business, 1996

AREAS OF EXPERTISE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in large organizations







Vijay Govindarajan Professor of International Business


공저자인 Vijay Govindarajan는 Thinkers 50에서 세계의 Management thinker 3위로 선정되고, $300 House로 2011년 Breakthrough Idea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 경력이 화려하신 분이다. 다음 학기에 이 분이 가르치는 Implementing Strategy를 들을 예정.

DEGREE

DBA, Harvard University, 1978; MBA, Harvard University, 1976; BC, Annamalai University, 1969


AREAS OF EXPERTISE

Globalization, innovation, execution





Ranked #3 on the Thinkers 50 list of the world’s most influential business thinkers, 2011; McKinsey Award for the Best Article in Harvard Business Review, 2010; Accenture Award,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2006; Top Indian Management Thinker, Across the Board, 2005; Top Five Executive Coaches, Forbes, 2003; Outstanding Faculty, BusinessWeek Guide to the Best B-Schools, 2003, 2001, 1999, 1997, 1995, 1993; Top 50 Nonresident Indians, NRIworld, 2002; Honorable Mention for number of articles in Academy journals, Academy of Management Hall of Fame, 2000; Top 20 North American superstars in strategy and organization, Management International Review; Top 10 Indian global management guru, Businessworld, 1998; Notable Contribution to the Management Accounting Literature Award, American Accounting Association, 1995; One of 10 most cited article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Top 10 Professor in Corporate Executive Education, BusinessWeek, 1993; Top 10 Professor in Corporate Executive Education, Paper Award, Academy of Management, 1991; Glueck Best Paper Award, Academy of Management, 1991; Outstanding Teaching Award, 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1979–80, 1978–79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3.02.17 09:24

아직 한 학기가 더 남긴 했지만 MBA가 막바지에 이르니 주변으로부터 앞으로의 신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마음의 결정은 내렸는지, 졸업하면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미국에 남는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오는지, MBA과정이 결국 내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이러한 모든 질문들에 답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겠지만, 나는 이곳 미국에서의 MBA를 통해 무엇을 얻었냐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련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보고 배웠다고.

일전에도 여러 차례 꿈이니, 마음의 목소리니, 하고 싶은 일을 찾느니 라는 소리를 했었는데 그게 대체 구체적으로 무얼까? 나의 2년은 꿈을 다루는 것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그러한 화제에 대해 조금씩 알아 나가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봐야지는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실로 많은 세상의 리더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사실은 마음 한켠에서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들이지만, 또 막상 누가 물으면 쉽게 설득력있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러한 생각들과 깨달음과 신념들을 이제는 조금 구체적으로 연결하고 정리해볼까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당신의 인생,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Part I 에 이어지는 글이다. 아래 글을 읽기 전에 왼쪽 링크를 참조해주기 바란다.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세, 성공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꿈을 꾸기에 삶이 녹록치가 않다. 정말로 현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로는 하고 싶은 것들을 그만두고 무거운 현실을 다루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갖는 것이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고 뜨거운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쓰디쓴 역경이 찾아왔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주는 감동과 그것을 이룰 내일에의 기대감이 나를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었다. 여유로운 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때로는 인생의 무기력과 생의 포기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이끌어주는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꿈을 추구한다는 게 사치처럼 생각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성취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목표와 꿈을 동일시하니까 그 달성의 성패 여부가 곧 인생의 한방 승부, 올-인-원 도박이 된다. 꿈은 방향이고, 모 아니면 도의 외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꿈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목표가 나를 떠밀게 하지 말고, 내 목소리가 계획과 목표 달성을 끌고 가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과 여정이 말해주는 이야기(story)가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목표를 세우기 전에 "왜" 나는 그것을 이루고 싶었나를 먼저 묻고 그것에 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에 대한 대답을 찾고 나면, 그로 향하는 길이 꼭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좋고, 단기간에 대박이 나지 않아도 좋고, 멋지게 넘어져 실패해도 좋다. 바로 지금부터 고민하고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며 조금씩 나의 꿈을 진화시키자. 목표 달성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진보에의 필수 과정이다.

꿈이 비전을 향한 어떤 여정 자체라면, 실패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성공에 대해서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물질적인 소유물의 축적이나 권력이나 직위의 달성이 아닌, 자신의 신념의 성취로부터 오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바로 우리의 성공의 척도다. 농구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선수이자 감독 모두로 올랐으며 ESPN에서 모든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는 고 John Wooden은 다음과 같이 성공을 재정의했다.

[전략] 저는 미스터 웹스터경이 (성공에 대해) 정의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소유물의 축적이나 권력이나 직위의 달성이나, 또는 비슷한 종류의 것. 아마도 가치 있는 성취들, 하지만 제 의견으로는 성공이 꼭 그렇게 직설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 뭔가를 찾아내고 싶어했죠...

글쎄, 그게 어디엔가, 제가 생각하기에 제 마음 속에 숨겨진 채 있다가 몇 년 이후에 튀어 나왔어요. 절대로 남보자 더 잘되려고 하지 말아라,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워라. 너의 최고가 되는 것을 절대 멈추지 말아라 - 그것은 너의 통제하에 있으니 - 만약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몰입하고 연관되고 걱정하면, 그것이 네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도 역으로 작용할 것이다... 

네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얻어지는 자기만족 그리고 마음의 평화죠.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리고 여러분에게 존재하는 상황을 개선하려고 시도한다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성공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상대방보다 득점을 많이 하고도 질 수 있고, 적게 득점한 게임에서 이길 수도 있습니다...  [후략]


이러한 성공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나에게 진정성(authenticity)을 가져다 주었다. 자신과 남을 비교 평가하려 들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에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것. 내 주변에 있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고 내 파트너와 배움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 내가 남들보다 똑똑하지 못하고 가진 것이 적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고, 남들 앞에서 있는 척, 아는 척하지 않고 진솔해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2년전의 나에 비해 나의 하루하루는 많이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비전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리는 어떤 꿈을 꾸는가?

작년 가을 이집트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난생 처음 피라미드를 눈앞에 두고 나는 언덕에 걸터앉아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꽤 집중해서 30분쯤 그리느라 별로 주변을 살피지 않았지만 무언가 점점 시끌시끌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기를 끝내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근방에서 낙타를 끌고 기념품이나 사진 촬영을 팔던 어린 꼬마들이 나를 둘러싸고 앉아 내 그림을 보고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이방인이 자신들의 사는 곳을 그리는게 그렇게 기쁘고 신기했나보다. 너도나도 나와 사진을 찍고 싶어 난리였다. 원래는 그렇게 사진을 찍고는 돈을 요구하는데 아이들은 그저 신나서 까맣게 잊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반 시간 동안이었지만 그 가난한 아이들의 자랑거리었다. 난 내가 쓰던 그림 도구를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고,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고작 몇 천원이면 사는 4B연필과 지우개 조각이었다. 그 아이들 역시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억이 되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 있었지만 잠깐이나마 환히 웃으며 서로 연결되었다. 

이곳 MBA에 와서 마음 깊이 존경하는 Visionary leader들, 특히 John H. Vogel Jr.교수의 E-Ship in Social Sector에서 만난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 다양한 영감(Inspiration) 얻을 수 있던 것은 내게 있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내가 그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라서, 똑똑해서, 높은 지위에 있어서가 아니고, 그들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그를 통해 그리고자 하는 미래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강하게 공명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대학을 나오고, 최고의 회사를 이끌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더라도 그게 그저 본인의 능력(Capability)의 입증에 불과한 사람이 있고, 이 세상에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어떤 종교적인 메세지가 아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적인 활동을 하라고 설득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미 알고 있다. 어렸을 때 간절히 원하던 장난감을 얻었을 때처럼,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좋은 차를 사고, 멋진 옷을 입고 뽐내고 다녀도 그 무대 속에 자신 뿐이라면 금새 공허해진다는 것을. 나 하나 편안하고 풍요롭게 잘 먹고 잘 사는게 아니라, 시야를 넓혀 세상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비전 안에 있길 바란다. 

꿈, 비전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산물이다. 해리 포터의 작가 J.K.Rowling은 2008년 하버드 졸업식 연설에서 상상력은 다른 사람들의 기쁨, 고통, 슬픔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한 바 있다. (In its arguably most transformative and revelatory capacity, it is the power that enables us to empathize with humans whose experiences we have never shared.) 

꿈은 누리는 자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당신의 현재의 무기력함의 핑계도 아니며, 경쟁에서의 승리도 아니다. 나를 달리게 하는 가장 강한 힘이고, 내가 사는 이유다.

So given a Time Turner, I would tell my 21-year-old self that personal happiness lies in knowing that life is not a check-list of acquisition or achievement. Your qualifications, your CV, are not your life, though you will meet many people of my age and older who confuse the two. Life is difficult, and complicated, and beyond anyone’s total control, and the humility to know that will enable you to survive its vicissitudes.

만약 나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21살의 나에게 말해주겠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인생이 무언가를 하나하나 획득하고 성취해 나가는 체크리스트가 아님을 깨닫는 것에 있다고 말입니다. 당신의 자격증, 당신의 이력서가 당신의 인생이 아닙니다. 비록 여러분은 앞으로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채 사는 내 나이 또래나 심지어 나보다 더 연륜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겠지만요. 삶은 어렵고, 복잡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의 밖에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겸손함이 삶의 우여곡절에서 여러분을 살아남게 해줄 겁니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당신의 인생,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Part I 에 이어지는 글이다. Part I은 왼쪽 링크를 참조해주기 바란다.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3.02.16 11:03

아직 한 학기가 더 남긴 했지만 MBA가 막바지에 이르니 주변으로부터 앞으로의 신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마음의 결정은 내렸는지, 졸업하면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미국에 남는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오는지, MBA과정이 결국 내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이러한 모든 질문들에 답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겠지만, 나는 이곳 미국에서의 MBA를 통해 무엇을 얻었냐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련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보고 배웠다고.

일전에도 여러 차례 꿈이니, 마음의 목소리니, 하고 싶은 일을 찾느니 라는 소리를 했었는데 그게 대체 구체적으로 무얼까? 나의 2년은 꿈을 다루는 것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그러한 화제에 대해 조금씩 알아 나가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봐야지는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실로 많은 세상의 리더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사실은 마음 한켠에서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들이지만, 또 막상 누가 물으면 쉽게 설득력있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러한 생각들과 깨달음과 신념들을 이제는 조금 구체적으로 연결하고 정리해볼까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글이 길어져서, 한 호흡 쉬어가기 위해 파트를 나누었다. 중간 중간 동영상을 걸 텐데, 시간을 들여 꼭 한 번 볼 만한 것들이다.

Part II.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세, 성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꿈을 갖는다는 것은 무얼까?

어른이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다. 대답은 각양각색이다. 선생님이요, 과학자요, 대통령이요. 얼마 전에 친구가 내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넌 꿈이 뭐니. 돌아가서 조선 회사 사장하는거? 꿈이 뭐냐라는 질문은 앞으로 뭘 하고 싶냐라고 묻는 것인데, 이렇듯 우리는 종종 직종이나 직함과 같은 타이틀로 대답을 하곤 한다. 

나는 요즘 꿈을 갖는다는 것은 "뭐뭐가 되겠다"와 같이 어떤 직업을 원한다는 선택도 아니고, 경력 개발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것들에게는 차라리 계획과 목표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 목표의 달성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상황, 세상, 변화를 그리는 비전이 저변에 있어야 하고, 그게 먼저 정의되어야 한다.  나의 인생은 어떤 골인 지점이 있어서, 그것을 넘는 순간에 끝나는 일회성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가 "과학자가 되겠어요"와 같은 목표스러운 꿈을 더 자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게 더 명료하기 때문일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나면, 무엇을(what) 어떻게(how)해야 할 지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과학자가 되는 순간이 아니라, 왜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은지이다.

비전은 왜(why)에 대한 대답이다. 왜 내가 이러한 목표들을 추구하는지, 더 나아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하루 살아가는지의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대답이다. 그것은 곧 신념이자 자기 정체성과 연결된다. Simon Sinek은 아래의 강연에서 리더들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모티베이션을 창조해 내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왜"라는 것은 즉: 무엇이 당신의 목적인지? 당신의 이유가 무엇인지, 당신의 신념이 무엇인지를 의미합니다. 당신이 속한 조직은 왜 존재합니까? 당신은 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납니까? 왜 누군가 신경을 써야 합니까?결과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외부에서 안쪽으로 향합니다. 우리는 가장 명백한 것부터 시작해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향해 가죠. 하지만 영감을 주는 리더들 그리고 단체들은, 그들의 크기와 산업에 상관없이 모두 생각하고, 행동하며 소통합니다. 내부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중략]

목표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는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파는 것이지요. 목표는.. 단지 직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지요. 알다시피, 저는 항상 이것들을 말합니다. 만약 단지 그 일을 할 수 있어서 고용했다면, 그들은 돈을 위해 일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당신이 믿는 것을 믿는 사람들을 고용한다면, 그들은 여러분을 위해 열과 성의와 땀으로 헌신하며 일할 것입니다.... [후략]


그렇다면 이제 한 번 물어보자. 왜 우리는 무언가가 되고 싶을까? 왜 나만의 사업을 열고 싶고, 지독하게 준비하고 미국에까지 MBA를 와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어떻게 경력 개발을 할지 궁리를 할까?

내가 살던 사회에서, 그리고 과거의 나를 포함한 이곳 MBA에 와서 조차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꿈들이 암시하고 있는 비전은 비슷해 보였다. 오늘보다 더 풍요로운 앞으로의 삶을 영위하는 것 - 돈을 많이 버는 것. 유명해지는 것.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Simon이 주장하듯 이러한 것들은 실상 이유가 아니라 결과물(output)다. 어떤 궤도 이상에 이른 사람들이 누리는 타이틀을 부러워 함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돈과 명예가 최종 목적이 아닌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자신 만의 꿈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닌 사람들조차도 종종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먼저 부와 지위를 단기적으로 빨리 달성해서 여건을 형성한 후에 나만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The Monk and The Riddle의 저자인 Randy Komisar가 이를 미뤄 둔 인생 계획 "Deferred Life Plan"이라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믿는 것들은 일단 뒤로 미뤄 두고, 열심히 일하고 돈 벌고 성공해서 조기 은퇴 후에 그러한 것들을 즐기고자 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생 계획에 대해 Randy는 책 전반에 걸쳐 경고한다. 성공적인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그는 이른바 창업을 통해 대박을 내서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 연설에서도 말하지 않았나. 내일 죽더라도 오늘 하고 있는 일을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라고. 은퇴 후 넉넉한 취미 활동 자금을 모으는게 오늘의 내가 하고 있는 일이라면 아마도, 내일 내가 죽는다면 절대 하지 않을 거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가 흔히 꿈꾸는 결과/물질 지향적 삶은 동기 부여가 없고 일관되지도(consistent) 또 지속적(sustainable)이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금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이나, 퇴직 후에 하고 싶은 일이나 둘 다 성취하기 어렵다. 그 두 개의 분야에서, 왜 자신이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대기업에서의 내 직장 생활이 그랬고, 아마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의 직장 생활이 그랬을거다. 지난(至難)하다. 뭐가 되든 일단 돈을 잘 벌고, 또 어차피 내가 (나중에) 진정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보니 세상에 선택지가 너무 많다. 좀 하다가 잘 안 된다 싶으면 엉덩이가 들썩인다. 배를 갈아 타고서도 내가 제대로 경력 개발을 하고 있는건지, 가라앉는 배를 탄 건 아닌지 늘 불안하고 주변을 기웃거린다. 서점에 가면 이런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서적이 넘쳐난다. 경력을 개발하고 제태크를 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다. 우리는 왜 그런 것들이 내게 필요한지 묻지 않은 채, 실은 방향 없이 주변의 경쟁자들을 통해 나를 파악하며 하염 없이 노를 젓지 않았나. 왜?라고 누가 물으면 "잘 먹고 잘 살려고"라고 답하면 됐지만 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대답이다. 못 먹고 못 살려고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우리는 나침반 없이 항해한 셈이다. 

경력 개발과 인생에 대한 단상에서도 썼었지만, 꿈의 수립과 실행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실행을 통해 배우고, 그게 피드백이 되어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도 진화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 현실은 외면하고 내가 하고 싶은 분야로 당장 뛰어들어 위험을 감수하라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다. 이곳 Tuck에서 한 교수님이 말씀해 주셨듯, "우리들의 꿈은 어디 벽에 걸려 있는게 아니다. Your dream is not hung on the wall." 심오한 궁리와 실험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조건,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어떻게 하면 연결할 수 있을지 바로 "지금 당장부터" 고민하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일시적이 아니고, 일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중간 중간의 깨달음과 성취에도 즐거움이 있지만, 사실은 비전을 향해 진화해 나가는 여정 자체가 바로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글이 길어져서, 한 호흡 쉬어가기 위해 파트를 나누었다. 중간 중간 동영상을 걸 텐데, 시간을 들여 꼭 한 번 볼 만한 것들이다.

Part II. 꿈을 이루어 나가는 자세, 성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3.02.08 06:04


어느새 한 학기의 절반이 지났다. 

요령이 없는 모범생?이다보니 이번 학기에는 읽으라는 거 밑줄 빡빡 긋고 메모 남겨 가며 말 그대로 다 읽었다.

정리하며 쌓아보니 제법된다. 5주간 양면인쇄로 한 페이지도 안 빠지고 손때묻혀 읽은 분량이다.


물론 수업이 재밌고 도움이 되니 하는 짓이지 딱히 다른 의미는 없다.


슬프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해력이 그다지 는 것 같지는 않다.



Posted by neinume
TAG Case, MBA, Reading, Tuck
MBA (Tuck & IESE)2012.12.22 02:02

Tuck에서의 MBA 1학년을 마치면서 이보다 더 다이내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2학년을 여는 첫 학기인 스페인에서의 지난 4개월은 또 한 번 마음 속에 큰 변화를 맞으며 여러 가지를 배운 기간이었다.

좀더 멀리 돌아보면 미국 중부의 사막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가정사에 한 차례 어려움을 겪은 후, 북유럽 핀란드에서 (아직도 내 블로그의 유입 키워드 1위는 핀란드다.) 일하며 그들의 삶을 체험하고, 곧장 지중해에 접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날아와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과 사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IESE였기에 들을 수 있었던,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놓았던 몇 개의 수업들, 앞으로 내 인생 행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멋진 사람들, 공부할 것 잔뜩 싸들고 아내와 함께 돌아다녔던 스페인 전역 곳곳과 남유럽의 풍경들, 그리고 이집트에서 살짝 엿보았지만 가슴 속에 묵직한 무언가를 남겼던 중동이라는 신세계로의 체험은 지난 반 년이 나에게 남긴 유산이다.


위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그다지 큰 맥락 없이 자유롭게 이 유산들이 내 마음 속에 새겨준 생각들을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진정한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하는 유럽 명문 비즈니스 스쿨 IESE

IESE에서의 MBA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미국에서 듣던 MBA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처음 IESE에 와서 수업을 들을 때는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케이스를 바탕으로 한 토론식 수업, 그룹 과제와 다양한 소셜 네트워킹 활동, 그리고 리크루팅을 포함한 기업과의 교류 활동 등으로 구성되는 하루 일과도 그렇고 수업에서 다루어지는 비즈니스 관련 용어나 툴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Tuck에 비교하자면야 해노버라는 한적한 대학 도시와 스페인 핵심 관광 허브인 바르셀로나라는 환경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게 나한테 중요한 이슈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또 4개월 간의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회상해보니 내가 미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정말 극명하고 다른 차원의 차이가 드러났다. 바로 IESE의 주요 모토의 하나이기도 한 진정한 국제적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환경이 그것이다.

수치로 살펴 봐도 졸업생들이 대표하는 국적의 수가 110여개로 Tuck의 40개나 여타 미국 MBA학교의 40-60개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적의 수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역시 어느 한 국가/문화도 교내에서 주류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 회상해보면, 나의 Tuck에서의 1년은 누가 뭐래도 미국을 배우는 자리였다. 나는 미국 애들이 어떻게 노는지에 익숙치 않았고, 그네들이 이야기하는 드라마와 스포츠를 몰랐고, 그들이 빠르게 굴려 발음하는 Native English에 서툴렀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알지 못했다. 이러한 미국에 대한 무지는 곧 내 학교 생활에 있어 큰 핸디캡이었고, 그것은 나에게 도전이자 스트레스였다. 이곳은 누가 뭐래도 미국 학교고, International student라는 표현 자체가 대변하듯 나는 주류에 편입하려는 소수였다. 그렇기에 더욱 IESE가 제공하는 국적과 문화의 균형과 다양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명료하고도 다른 경험으로 느껴졌다. 편안함을 넘어, 이곳의 모든 학생들이 교내에서 좀더 확고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자신 있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다.

위의 내가 느낀 바가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을 배우는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욱이 미국의 Top MBA는 새삼스레 미국의 완벽주의와 합리주의의 정수라는 생각이 든다. 수업, 교수진, 학생, 동문, 교직원, 기업, 뭐 하나 엉성하거나 쓰임새가 없는 것이 없이, 이렇게 완벽하게 돌아가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세상에 또 있나 싶다. 

다만 IESE에서의 경험 이전의 나에게 있어, 내가 알고 믿고 있었던 국제화 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서툴렀다. 사실 그것은 미국이냐 한국이냐라는 범주의 편협한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경험상, 또는 일반 상식상 잘 알 만한 몇 개의 국가만이 내 시야에 있었을 뿐이고, 앞으로의 경력을 고려할 때에도 미국에 편입하느냐 한국에 돌아가느냐, 내 삶의 질을 생각할 때에도 미국이 이러저러 한데 그에 반해 한국은 어떤가. 어디가 더 먹고 살기 좋은가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 못했다. IESE에서 만난 사람들과, 글로벌 리더십을 양성하기 위해 고안된 수업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내 시야의 밖에 있었 수많은 국가와 그들의 경제, 삶의 양식에 조명을 비쳐 주었고, 무엇보다도 그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갖게 해 주었다.


삶의 풍요로움에 대해서

유럽에서 약 반 년을 살아 봤다. 그 기간동안 일할 거 공부할 거 읽을 거 쓸거 싸들고 틈틈이 해 가며 나름대로는 참으로 많이 돌아다녔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학교 애들을 비롯해서 많은 현지인들도 만났다. 관광 삼아 여행으로 타지를 들르는 것과 그곳에 방 빌려서 출퇴근, 또는 통학하며 사는 것은 여러 모로 다른 경험이었다. 그곳이 얼마나 멋스럽고 아름다운 관광지냐 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관점으로 그 나라 그 장소를 보게 된다. 내가 이 나라에서 향후 살게 된다면 어떨까? 여기서 매일 매일 밥해먹고 출퇴근하고 살만한가? 아이를 낳고 여기서 교육을 시켜서 향후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하기에 어떨까?

그런데 그 답을 내는데 있어 그 삶의 질의 좋고 나쁘고의 차이가, 또는 내가 살고 싶어지는 나라를 정하는 게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강한 상관 관계가 있지는 않았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는 모습, 그리고 삶의 동기가 있다. 경제력, 이른바 돈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고 의사 결정을 하기에는 많은 다른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4개월 전 스페인으로 날아왔을 때, 나는 바로 그 측면에서 이 나라에 어떤 기대감도 없었다. 재정적인 상황도 고려해서 Flat이라 불리는 단칸방을 빌렸는데, 주변 거리도 건물도 매우 오래되고 낡았었다. 3개월 내에 두 번이나 삶의 터를 바꾸는 통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도 있겠지만, 아내는 짐을 풀다가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아주 가끔씩 바퀴벌레가 기어나오는 그 좁아 터진 부엌에서 요리를 해 먹고 설겆이를 하는 것도, 음습하고 좁은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 것도 한 달이 지나니 금새 익숙해진다. 개방적이고 근면한 까딸루니아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즐거웠고, 스페인의 흥취를 함뿍 담은 음식들이 맛깔났고, 늘 생동감이 넘치던 람브라스 거리로 나가 사람들과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행복했다. 종국에는 아내나 나나 둘 다 진심으로 이곳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며칠 전 다시 미국에 돌아와 내 집에 들어서니, 내 집, 내 차, 주변 편의 시설 등 갑자기 모든 것들이 그렇게도 깔끔하고 편리하고 잘 되어 있다. 내가 얼마나 후진 환경에서 지난 4개월을 살았었느냐에 새삼 한 번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함을 전혀 인지 못하고 잘 살아 왔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사람의 눈높이가 업그레이드는 쉽지만 다운그레이드는 쉽지 않다고 했다. 예전에는 요 정도로도 만족스럽고 행복하던 내가, 이제는 어느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쉬이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력을 고려할 때에도 더 높은 연봉과 직위, 더 좋은 기업같은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옵션만을 찾았고, 좋은 MBA나오고 나면 억대 연봉으로 점프할 꿈을 꾸었다. 그렇게 위만 쳐다보는 게 얼마나 내 시야를 가리고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가를 깨닫게 해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MBA에서의 경험이었다.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알아가는 것,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통해 배우고 성숙해가는 것,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고 사랑 받는 것과 같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그러한 상향식 명제에서 되도록이면 자유로와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물질적인 절하는 생각보다 금새 익숙해진다. 어떤 물리적인 하한선이 있을지언정, 내가 소유한 것들이 내 삶의 풍요로움과 행복감의 척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새로운 잣대로 세계를 본다. 

학생들의 기립 박수와 함께 끝났던 Management Control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을 구성하는 계열사, 부서, 메니져, 직원들 간의 평가 시스템, 인센티브 구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사례를 통해 배우는 수업이다.) 은 내가 MBA를 마치고 돌아갈 조직을 관리하게 된다면 어떻게 관리 시스템을 구성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끊임 없이 고민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게 해 주었던 수업이다. 여기서 소개된 Merchant's Model에 따르면, 작업의 인과관계(Cause and Effect Relationship)와 성과 측정(Result)이 어려워질수록 조직의 관리 통제는 문화에 의존하게 된다고 했다. 바로 조선과 같은 제조업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정말 많은 조직과 사람이 하나의 배를 협업하여 만들기에, 개별적이고도 객관적인 작업 인과관계, 성과 측정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한국 조선업의 성과는 바로 한국만의 "어떤" 기업 문화, 그리고 그를 창조해내는 리더십이 핵심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주제로 기말 논문을 썼었다. 그리고 BMW의 Franz와도 이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 바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이렇게 MBA에서 배우는 조직 관리 체계와 기법들이 결국 문화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기업과 사업이 먼저가 아니라, 환경이 문화를 형성하고, 그 문화가 저마다의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 낸거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기업 문화와 시스템을 갖춘 미국에서 그들을 배우면서, 나 또한 1년여 새에 정말 많이 영향받고 개조되었다. 구구절절 옳은 사고 방식과 합리적인 시스템을 보며 크게 공감했고, 동시에 한국의 기업 문화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과 회의론도 내심 재조명해 보았다. 그런데 미국의 그것이 더 선진화되고 효율적이라고 해서 당장 한국의 것들을 다 들러엎고 미국으로 갈아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 운영과 관리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화 환경은 쉽게 변하지 않고, 시스템 이전에 그 근간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사고 방식, 마인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것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해가기 위해서는 귀와 눈이 열려 있어야 한다.

어딘가에서 생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기간에 정말 여러 장소에서 살아보고, 주말마다 끊임 없이 돌아다니며 새로운 삶의 양식들을 보고 느꼈다. 옮기고 정착할 때마다 불편하고 어색함을 느낀다. 좋고 나쁜 것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어떤 것은 왜 이렇게밖에 안 되어 있나 싶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배경에 이유가 있고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카이로에서 묵을 때, 현지에서 정치경제학 석사를 수학중이던 숙소 사장님과 긴 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왜 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지, 원하는 바는 무엇인지, 이들의 믿음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식견을 들었다. 그저 가난하고 무질서해 보이던 그들의 삶이 새롭게 해석되고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는 경험이었다. 그 안에 그들 종교와 역사에서 비롯된 나름의 규칙과 시스템이 드러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이해와 체험의 순간이 너무나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환경에서 가져온 나만의 잣대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었다. 그런 태도로 바라보고 이해했던 내 세상은 비좁고 서툴렀다. 어떤 행동 양식, 시스템이 있기까지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맥락이 나의 것과 다를 수 있음을 온건히 수용하고 이해한 후에 변화를 모색할 일이다. 

위에 소개한 Emerging Economics의 Pedro 교수가 마지막 수업 시간에 우리들에게 말했다. 왜 너희에게 익숙한 나라, 선진국에 진입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느냐, 더 어렵고 서투르고 엉망인 곳에 너희들의 역량과 투자를 기다리고 있는 더 거대한 성장 가능성과 눈부시게 다양한 기회가 있다. 그곳에서 너희들이 배운 바와 역량을 발휘해라.

좋은 가르침이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이제 나의 MBA 2년도 슬슬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2.11.29 00:18


싸이의 최근 행보, 옥스포드 강연과 그의 힐링 캠프 출연 방송을 보면서 갑자기 몇 년 전 읽었던 강인선 저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 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책에 이르기를, 인생은 점잇기 그림과도 같다고 했다.

점을 찍을 때는 서로 무관해 보이고 엉망진창으로 보이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그 무관해 보이는 점들을 하나씩 이어나가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아, 늘 헤매고 다닌 줄만 알았는데 완전 엉망진창은 아니었어. 내가 무심코 한 일들이 다 쓸모가 있구나.' 하는 안도감. 또 더 멀리 오래 가서 뒤돌아봤을 때 또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그 행복감.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도, 블랙 스완은 언제나 그것이 발현하고 난 후 회상을 통해서만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지 않았나.


새삼스레 참으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동시에, 그것들이 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 내가 그리게 될 '큰 그림'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런 구도로 보니 그림 그리는 과정과 유사하다.

내가 무언가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노트와 펜을 꺼내들 때는 무언가 멋진 이미지나 영감, 이른바 "삘"이 머릿 속에 떠오를 때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막상 그리기 시작하면, 그 느낌이 사실 얼마나 애매하고 불완전한 영상이었는지에 한 번 놀라고, 그림이 다 그려지고 나면 그 완성물이 시작할 때 머릿 속의 이미지와 사뭇 다름에 놀란다. 아니, 애시당초 초반의 이미지와 결과물은 같은 뿌리를 둘 지언정 사실상 거의 다른 존재다. 그 초반의 영감(Inspiration)은 나를 움직이게 했던 촉매이고, 그 촉매 위에 그림을 형상화시키는 것은 그리는 사람의 재능, 경험, 기술과 같은 Capability다. 그 둘은 상호 보완적이고 서로 독립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초반의 영감이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하고, 그림 기교와 실력이 그것을 얼마나 가깝게 재현하느냐의 과정이 아닌 거다. 어딘가 불완전한, 그러나 강렬한 Inspiration이 있고, 자신의 Capability가 그것을 보완하며 둘이 상호 작용하며 그림이 완성된다. 마치 싸이가 연설에서 자신의 지난 커리어를 회고하듯이,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야 여기저기 찍어두었던 점들이 어떤 역할과 작용을 했는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회상 속에서 자신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이른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케이스를 통해서 성공한 기업들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배우지만, 그 분석의 과정은 늘 회상적이다. 그 결과물을 그대로 카피해서는 결코 기업이 탄생하여 살아 숨쉬게 할 수 없다. 어떤 기업의 사업 모델도 절대로 같을 수 없다. 나의 경력을 만드는, 인생의 큰 그림을 만드는 메커니즘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그럼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 :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나?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리려면 어디에 어떤 점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이 질문의 답에 대한 단서가 될 만한 조언을 최근에 수업 중에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 Professor Mª Julia Prats으로부터 들었다.

Good career is not about going up. It's about having/developing different capabilities. 

좋은 경력은 얼마나 상향하는가 (더 높은 직급, 더 많은 연봉, 더 유명한 회사 입사, 내가 다니는 회사 사장되기? 등)에 대한 게 아냐. 좋은 커리어는 어떤 자기 계발을 하느냐에 대한 거야.

딱히 경력 개발에 대한 수업도 아니었고 잠깐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나는 어떤 깨달음 때문에 충격에 휩싸였었다. 나는 또 어느새, 어떻게 상향하느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 핵심은 그게 아니다.


이제 아까의 질문에 대답해 보자: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나? : 그 그림이 무엇이 될지 지금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다소 막연하지만, 무언가 강렬한 동기부여와 끌림과 방향과 이루고 싶은 불완전한 이미지가 있다. 계획과 실행보다 더 선행하는, 뭔가 좀더 근본적인 힘 말이다. 사장이 되겠다, 진급 더 하겠다, 떼돈 벌겠다, 유명해지겠다와 같은 "going up" 명제들은 이러한 동기 부여의 원천도 목표도 될 수 없다. 그건 이미 남의 결과물에서 나온, 점잇기가 끝난 그림에서 나온 부산물에 대한 무의미한 동경이다. 어제 Emerging Economics라는 수업에서 경제적 부와 행복지수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도 인지되는 내용이었지만, 사람은 환경에 대한 놀라운 적응력을 가졌기 때문에, 부와 안락함 같은 물질적인 지표의 달성은 당신을 영원히 채워주지 못한다. 그 과정은 자체로 지난하고 재미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약간의 부연 설명: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중요하지 않고, 그저 마음가는 대로 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 선행하는, 활활 타오르는 영감을 찾으라는 이야기다. 그 위에 Goal이 세워지고, 전략과 실행이 이루어지지만 그 과정이 어떤 결실로 나타날지는 차후에 알게 되니 자신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지 말고, 그림을 그려 나가는 과정을 즐기자는 것. 자신만의 열정의 소스를 찾는 것에 관련해서는 MBA1년, 등불을 걸다 도 참고.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리려면 어디에 어떤 점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 

  • 나의 Inspiration이 말하는 대로 - 상향하겠다는 직설적인 명제에서 해방되면 나의 커리어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게임이 된다. 최근 들어 나릉 강하게 잡아 끄는 무언가들이 있다. 
  • 때로는 정말 무작위로 - 내가 대학교 때 들었던 인류학 개론, 영화와 역사, 미학 개론과 같은 내가 현재 있는 위치와 너무나도 다른 차원에 있는 수업들이 지금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MBA에 오게 된 것,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것, 모든 것들이 내 인생에 내가 계획 당시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거대한 변화와 임팩트를 초래하고 있다. 좀더 자유로워지고 마음의 소리를 듣자. 저 먼 곳에 찍어둔 점이 나중에 나의 인생 그림을 크게 바꾸어 놓는다. 
  • 최선을 다해 - Inspiration을 활활 불태우자. 전문가 정신을 가지고 내가 찍는 점 하나 하나를 통해 나를 연마하자. 그들 중 어느 하나도 무의미하고 허툰 것은 없다. 그 점들이 나의 영감을 구체화하고 완성시키며 어느 순간 그것들을 연결하는 순간(connecting the dots)이 올 거다. 돈 보다 시간이 더 중요한 자원이다.


써놓고 보니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던 것들이 비로소 연결되며 뭔가 얻은 기분이다. 글이 너무 추상적이고 난해하게 쓰여진 이유는 아직 내공이 한없이 부족한 이유다.  (내일 아침 첫 수업에 기말 시험도 있는데 새벽 세 시까지 난 뭐한거지.) 


6년 전, 내가 경력적인 문제로 너무나도 힘들어 하고 있었을 때, 그 고민과 힘듦의 정점에 이르러 있었던 나를 왈칵 눈물 쏟게 만들었던 책 머릿말에 있던 문구로 마치겠다. 왠지 모르게 나는 울면서 서점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집어 들어 값을 지불하고, 그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걸 내내 읽고, 일주일 후 나는 내 첫 회사에 사직서를 냈었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그 때를 계기로 내 인생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아직도 생생하게 당시의 그 문구 한 구절 구절을 기억한다.

"잘되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보다는 차라리 실패해도 좋다는 각오로 무장해라. 발 편하고 튼튼한 구두를 신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모든 일이 다 잘될 것이라는 낙관을 버리지는 마라."



IESE에서 GROWTH라는 신생 기업들의 성장 모델을 분석하는 전략 수업을 들었다. 대부분이 교수님이 직접 쓴 케이스를 다루고, 분석과 의사 결정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한 후에 직접 그 케이스에 나오는 기업의 CEO를 수업에 초빙해서 그 당시의 실화를 듣는다. 너무나도 많이 자극 받고 배웠던 수업.


Mª Julia Prats 

Associate Professor of Entrepreneurship 


Doct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Harvard University

Master in Business Administration, IESE, University of Navarra

Degree in Industrial Engineering, Universitat Politécnica de Catalunya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2.11.18 23:08

IESE에 와서 내가 즐겼던 것은 매우 많지만, (그것도 조만간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 중에 IESE에서 들은 수업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Professor Adrian Done의 Big Picture는 아마도 내 MBA 생활 중 내 생각과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수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Big Picture는 말 그대로 우리 인류가 당면한 지구적인 차원의 문제들을 살펴보고 논의하는 수업이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 세계 어느 곳에서는 기아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어디에선가는 끊임 없이 전쟁과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교육의 부재로 문맹인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등등등. 가끔 다큐멘터리나 책을 통해서 적잖이 들었던 이야기들이지만 이런 문제들을 MBA수업을 통해서 제대로 또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구성은 간단하다. 매 수업 마다 "Did you know..?"로 시작되는 교수의 발의와 함께 소개되는 Big picture이슈에 대해 나와 학생들은 고민/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모여서 팀별로 발표를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짧은 동영상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과제로는 그의 블로그 (Global Trend) 에 들어가 관련 주제에 대한 포스팅을 하고, 모든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Action plan을 담은 Final report를 쓰는 것으로 수업은 끝났다.


솔직히 수업 자체의 퀄리티를 놓고 본다면 그리 큰 점수는 못 받을 만한 구성이었다. Mini course라 시간도 짧았고 교수님 역시 논의되는 모든 이슈에 대해 전문가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가 전해 주는 식견 역시 제한적이었다. 어떤 지식을 배운다기 보다는, 학생들로 하여금 그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찾아보고 글로 정리해 보게 만드는 식이어서 수업 초중반까지는 뭐 대단히 새로운 게 있나 싶었다.

그런데 그냥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차원이 아니라, 그런 생각과 내용들을 글로 정리하고 관련 자료를 찾는 과정을 통해서, 내 안에서 무언가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냥 앞으로 어떻게 잘 먹고 잘 살까 같은 일차적인 것에서 벗어나, 지구, 인류와 같은 거대한 틀에서의 변화와 현실을 알게 된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성찰해 보고 구체화 할 시간을 가졌다. 특히 교육, 전쟁, 에너지, 지구 온난화, 생태계, 물과 식량 주제 관련된 전문가들의 글과 동영상과 토론을 우연히가 아니라 어떤 테마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찾아 보면서 정말 많이 감명받고 영향 받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흥분되는 부분은 바로 이런 주제들을 앞으로의 나의 인생, 그리고 나의 커리어와 구체적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일 것이다. (Action Plan) 내가 속한 업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기회가 있는지를 발굴하고 꿈꾸며 이전에는 없던 사명감과 의식의 깸을 얻었다. 아마 그 덕에 앞으로 내 인생과 커리어에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홈(Home)에서 많은 위성/항공 사진으로 영상을 구성했듯이, 누군가는 한 번쯤 일상을 내려놓고 저 멀리 위로 올라가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인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세계 곳곳에 어떤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진실과 현실을 직시하고, 그 메커니즘에 대해 이해하고, 그에 따라 우리에게 명백하게 곧 다가올 결과(Consequence)에 대비해야 한다. 그 결과, 큰 그림은 대부분 우리에게 경악, 공포와 놀라움을 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곧 절망과 희망과 같은 감정들이 밀려온다. 교수가 매 수업 때마다 반복해서 했던 말이 있다.


이것은 비관에 대한 이야기도, 낙관에 대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Not about being pessimistic. Not about being optimistic. This is about being realistic. 이제 비관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It is too late to be pessimistic.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입니다.


의식이 있는 당신 역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져보자. 안다는 것 (Greater awareness), 그것 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



Big Picture 소개 동영상

- Adrian이 제시한 12개의 Global Trend


1. The repercussions of the economic crisis are not going to disappear in the sort term.

2. Geopolitical power will continue shifting away from the incumbent powers of Europe and the USA and towards emerging economic powerhouses such as China, India, Russia, Brazil and others.

3. Technology will continue to develop, bringing new sources of "creative destruction."

4. The world will continue warming up and climate will change.

5. The worsening problem of water scarcity will continue to impact food production for the foreseeable decades, especially as nonrenewable groundwater is used up or polluted.

6. The importance of sound education will continue to increase.

7. The population of the world will continue to increase and then stabilize around 2050.

8. War, terror and social unrest will continue and potentially increase.

9. The world will remain, by and large, oil-dependent in the coming decades, despite a decline in its share of energy supply.

10. Humans will continue to destroy ecosystems and biodiversity will continue to decline.

11. Health and well-being for everyone will remain an unfulfilled goal.

12. Natural disasters will affect greater numbers of people, but potentially kill fewer.


- 자료 찾으면서 특히 정말 감명 깊게 본 영상 두 개. 꼭 보시길.

HOME

Charles Leadbeater: Education innovation in the slums







Adrian Done. Associate Professor in IESE's Technology and Operations Management department and Research Associate with the Advanced Institute of Management Research in the UK. Adrian gained a PhD at LBS and a bilingual MBA at IESE.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2.11.08 02:20



BMW Group의 head of Senior Management Personnel Division인 Franz Cremer를 만났다.

특별히 이 Guest speaker session에 관심있었던 이유는 그간 Automotive와 같은 Manufacturing industry의 리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 9만 5천명이 직원으로 일하는 자동차 회사에서 30년간 경력을 쌓으며 얻은 그의 인싸이트를 조금이라도 얻고 싶었다.

Franz Cremer역시 engineering background를 가지고있고 BMW의 Manufacturing Process와 Acquisition에서 20년, 그리고 HR에서 최근 10년의 경력을 쌓았다. 그야말로 Engineer와 Assembly worker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Manufacturing industry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셨고, 그에 더해 최근 10년 간 HR division을 이끌었으니 그와 같은 특성을 가진 회사들이 지녀야 할 인재상과 회사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평소 궁금했던 두 가지 질문을 했다.

Q: 무엇이 BMW를 성공으로 이끈 BMW Group의 문화냐?

A: Ownership과 Passion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정말로 BMW와 BMW의 차를 사랑한다. Sales, Engineering, R&D, Manufacturing 어느 부서의 누구건 차에 관한 한 Crazy guy들이다. 차를 사랑하고 차에 매니악들이고 차를 운전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가 몰고 싶은 차를 만든다. (we build cars we drive) 그런 만큼 최고의 차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자기 회사에 대한 충성도, 애정과 같은 Emotional part가 지금의 BMW가 있게 한 핵심 문화이다.

Q: 어떤 인재상을 필요로 하며 무엇이 어려운 부분인가?

A: Automotive는 Old industry다. 또 우리는 Engineer가 대다수이고 핵심인 회사이다. Car Manufacturing과 Car business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좋은 Manager의 자질을 갖춘 사람도 필요로 한다. 바로 그런 조합을 갖춘 사람을 찾는게 어렵다. 공장에 있으면서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과 공정을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MBA에 훌륭한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을 공장으로 보내 Bottom level부터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 그 반대는 가능하다.


그 이후로도 그는 내 경력에 많은 흥미를 보였다. 유사성이 많은 업계에 같은 엔지니어 배경을 가진 것 때문에 우리는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같은 엔지니어지만 R&D와 Production 쪽 사람들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그가 실제로 자기네 회사의 Prospective manager급 인재를 고용할 때 바라보는 타겟은 Post MBA이후 3-5년 경력자라고 하며 경력 관리를 잘 하고 MBA이전의 회사, 사람들과 늘 인맥을 유지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나는 한국의 조선회사에 있는 수만명의 직원들 사이에 내재해 있는 Ownership과 Collaborative Culture역시 BMW Group과 마찬가지로 핵심 가치라 생각한다. 이번 학기에 듣는 Management Control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을 구성하는 계열사, 부서, 메니져, 직원들 간의 평가 시스템, 인센티브 구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사례를 통해 배우는 수업이다.) 을 들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내가 한국에서 일했던 대기업의 이런 시스템 설정이 아주 엉망이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인센티브 시스템과 성과 평가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 또한 매우 낮다는 것, (그냥 연례 요식 행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학벌, 친분과 같은 정치적인 요소들이 여전히 투명하고 건전한 평가와 성과지급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조선 기업들이 지금까지의 성과를 일구어 낸 데에는 바로 사내에서 자기 이익만 보지 않고 큰 그림에서 생각하여 협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와, 월급과 진급에만 혈안이 되어 있지 않고 조선 업계에서 오랜 세월 전문가 정신을 원천 삼아 묵묵히 헌신해 오신 현장의 고수들이 있었다는 것.


어찌 보면 참으로 한국 스럽고, 세대 간의 가치관이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에 이와 같은 회사 운영이 얼마나 지속 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제조업 분야에서 기업 문화Corporate Culture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Posted by neinume
MBA (Tuck & IESE)2012.09.15 00:40

OECD ranks 25 best countries in the world to live in 10위


다양한 평가 기관의 "살기 좋은 나라" 랭킹에서 빠짐 없이 늘 상위에 오르는 핀란드. 이곳에 위치한 중견 IT회사에서 5주 동안 근무하면서 참 많이 배우고 보고 맛보고 느끼고 간다. 핀란드는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던 곳이지만, 출장이나 여행이 아니라 아파트를 하나 빌려서 거기서 잠자고 밥 해 먹고 Full time으로 근무하며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작 5주 간의 짧은 인턴십 경험만으로 핀란드를 얼마나 깊이 이해했겠냐만은, 그런 것들을 감안해 내더라도, 심지어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 해노버에서 1년동안 공부했던 미국에서의 삶과 비교해봐도, 5주 동안 내가 느낀 핀란드에서의 삶의 평화로움과 충족감은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이런 평화로움은 당연히 잘 설정되어 있는 복지 시스템과 아마도 천성적으로 쿨한 핀란드 사람들의 성격 등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내가 이곳 사람들과 인터뷰 해가며, 또 부대껴 같이 놀고 일하면서 느낀 바를 바탕으로 그 배경을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거기서 무언가 우리가 얻어갈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해서다.


칼퇴근 하는 핀란드 사람들. 야근이 부끄러운 사무실.

첫 번째 내가 이곳 핀란드에서 가장 드러나게 느낀 것은 바로 이들이 "자기 가족과 레져에 써야 하는 시간에 부여하는 절대적이고도 합의된 가치"이다. 한 달에 가까운 휴가도, 육아휴직도 퇴근 시간도 정말 칼같이 지켜야 한다. 그래서 정해진 기간 내에, 그리고 퇴근 시간 전까지 자기 업무를 계획한대로 끝내는 것이 이곳의 규칙이다. 그날 다 못 끝내고 사무실에 저녁 시간 넘어까지 남아 일하고 있으면 그는 열심히 일하는게 아니고, "넌 아침부터 지금까지 대체 뭐 했는데 아직까지 못 끝내고 거기서 그러고 있니?" 라는 눈초리를 받는다. 메니저도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지에 대해 딱히 고민하지 않는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성과 주의이지만 그보다 훨씬 가족과 일과 후의 제 2의 인생에 많은 중요도를 주는 느낌이다. 



매일 오후 4시에 퇴근해 보니,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처음엔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얼떨떨했었다. 그 시간에 part time으로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제대로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무엇보다 제때제때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저녁 만들어 먹고 아이를 돌본다. 그렇게 긴 육아 휴직이나 여름 휴가를 쓰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눈치를 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철한 직업관

그럼 당연히 나오게 되는 의문, 얘네들 일은 제대로 하는 건가? 어떻게 잘 먹고 살까?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하던 강대국이어서 선조들이 내려준 유산으로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영어권 국가라서 누가 유학을 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절대 덜하지 않을 수 차례 의 전쟁과 피지배로 완전히 폐허가 되었던 나라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핀란드 사람들 일 열심히 한다. 일과 시간에는 정말 눈 돌릴 새가 없을 정도로 타이트하게 업무가 진행된다. 어쨌든 각자 맡은 일의 마감일이 있을 것이고, 야근 없이 그걸 해치워야 하니 시간 내에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리고 내가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핀란드 사람들의 특이사항은 바로 이들에게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시간 내에 처리해 낸다는 것 이상의 책임감과 프로다운 면모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꼭 내가 인턴을 했던 회사 뿐만 아니라 핀란드 어딜 가도 뭔가 감탄사가 튀어나오게 하는 화려한 맛은 없지만 꼼꼼히 살펴 보면 제품이나 서비스 모두 나무랄 데가 없이 잘 되어 있다.

40%에 육박하는 세계에서 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에서, 직원들이 회사에서 우리처럼 진급이나 연봉 올리는 것에 그리 열을 올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대체 어디서 그런 책임감이 나오는 걸까,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가 나는 매우 궁금했다. 

연구 끝에 나는 그건 이 사람들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 보았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같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깊이 끌고 가면 자기 나라, 자기 민족 그리고 자신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애착이 느껴진다. 탐험가 정신과 자기 나라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우월감으로 무장한 미국 애들처럼 오지랖스런 맛은 없지만, 700년에 가까운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 하에서도 민족과 언어를 잃지 않았고, 우리나라처럼 내전과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고 거액의 전쟁 배상금을 갚아 나가면서도 단시간에 핀란드를 선진 복지국가로 만들어낸 자신들과, 그 속에서 그들이 꽃피운 깨끗한 정치, 남녀 평등, 교육, 디자인, 예술, 건축, 그리고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정말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밥벌이 하나 못하고 남들에게 폐끼치고 사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고, 업무에 있어서도 프로이고 싶어한다.


즉 이들만의 이른바 After-work-life에 대한 무한 강조와 강한 자긍심으로 떠받쳐진 책임 의식, 이 둘이 부족함이나 지나침이 없이 조화를 이루며 핀란드를 그렇게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다. 


자신과의 경쟁 vs 남들과의 경쟁

뭐 정리해 보니 딱히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웰빙 열풍과 Work Life Balal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책임감이나 프로 의식 또한 고리타분할 만큼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내가 핀란드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한국 사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그들 가슴 속에 감춘 꼬장꼬장한 자존심, 그리고 프로 의식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다.


우리의 자존심, 일하는 동기는 밖을 향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자기 성취가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는 그렇게 훈련을 받으며 컸다. 학급 석차, 수능 전국 석차, 내신 등급, 대학교 이름과 학과, 취업한 회사 이름, 연봉, 진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스템이 암묵적으로 서열화 되어 있고 peer들과의 경쟁을 통해그것들을 취해야 한다. 한 마디로 더 잘난 놈이 그 서열에서 더 높이 서는 그런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서열 사이에서의 내 위치가 곧 나의 identity이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최적화 되어 있고 우리는 이런 게임에 정말 프로들이다. 미국 학교에서도 한국 학생들은 정말 공부 잘하고 성적 잘 받는다. 그리고 아마도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힘을 원천으로 한국이 전쟁 폐허에서 이만큼 고도 성장을 이루어냈다.

근데 핀란드인들은 그 자존심이 철저히 내면적이다. 남들이 얼마나 벌고, 얼마나 똑똑하고 잘났는지 사실 별로 관심이 없다. 학교 성적표에도 등수가 없다. 자기 점수와 선생님의 첨삭, 그리고 평균 점수가 나올 뿐이다. 뭘 하든 간에 스스로 얼마나 성취하느냐에 훨씬 많은 비중이 있고 그게 그들의 자존심이다. 그 자존심이 곧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이들의 자아 정체성이다. 그 기준과 방향이 전적으로 자기 자신을 향해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상사에 대한 아첨과 이른바 라인 타기가 없다. 서로 얼마씩 받고 회사 다니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대부분 이쪽 분야에 자기가 흥미나 애착이 있어서 온거지, 수능 성적에 따라 정해진 학과, 주변 사람들이 우러러봐주는 이름난 회사로 온 게 아니다. 그만큼 자발적인 책임감이 있고, 참 모두 제대로 일한다. 

둘 다 에너지는 뜨거운데, 나는 이 "남들과의 경쟁"이 너무 과열되어 있지는 않나 싶다. 별로 건강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남들을 제치고 이겨야 하니 슬쩍 꼼수도 부려야 한다. 그리고 사는 게 늘 피곤하다. 열심히 해서 한 단계 더 올라봐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아무리 이루어도 뭔가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모든 서열 등반의 과정에는 막상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꿈이 없다.

그래서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간단하다. 이제 남들 눈치 좀 그만 보자는 것이다. 남들 눈치 좀 그만 보고, 남들하고 비교 좀 그만하고 자기 목소리에 좀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것,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열정을 느끼는 것을 찾고 그 충만한 에너지와 경쟁력을 거기에 썼으면 좋겠다. 핀란드에서 본 나보다 어린 사회 초년생 애들, 정말 쿨하고 당당하게, 또 열심히 재밌게 살더라.



꿈 같은 소리 한다고? 돈 없고 지위 낮은게 정말 그렇게도 서러울 수가 없는 곳이 서울이고 한국이란 사회다. 이미 판이 그렇게 짜여져 있는데 혼자서 자신과의 싸움 같은 순진한 이야기 하고 있다가는 속된 말로 개털 되기 쉽상인 세상인데 꿈?

꿈을 추구하라는 게 그저 하릴 없이 이것 저것 집적대 보라거나, 뭐 무소유의 삶 같은 것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입시 지옥을 뚫고 나오는 것 만큼이나 부단한 노력이나 쓰라린 실패의 경험들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 만의 길을 발굴해내고 추구하며 사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자기 자신과의 경쟁,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열정, 세상을 향한 당당함이 바로 핀란드가 말해주는 행복한 삶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neinu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