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7.01.01 나의 10년을 돌아보며
  2. 2014.03.24 요즘 배우는 것들. (2)
  3. 2013.11.25 핀란드에 다시 오다. (3)
  4. 2013.04.03 잡상
  5. 2013.02.26 Baker Library
  6. 2013.01.14 미국인의 준법정신
  7. 2013.01.01 2013년, 새해 인사
  8. 2012.09.21 2012년 9월
  9. 2012.08.20 나도 어느날
  10. 2012.08.15 Maritime Industry
Daily Life2017. 1. 1. 01:00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나이가 들수록 체감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고 하지만, 나의 30대는 다른 나머지 3개의 10년에 비교해봐도 가장 길고 많은 일이 있었던 기간이었다. 아홉 수 따위의 얼토당토 않은 미신에 코웃음쳤던 나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2016년, 나의 39살은 결과적으로 정말이지 지독하게 어려운 한 해였다.


삶은 늘 쉽지 않다.  한국 나이로 이제 나는 40대가 되었다. 많은 것을 이루었고,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는 어느 모로 봐도 젊음이라는 관점에서 그 정점을 찍고 내리막에 들어서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내가 늙어 가는 과정에 들어서는 어떤 분기점에 이른 것이라면, 이제 나는 아름답게 늙고 싶다.





지난 10년을 돌아보기 - 



2006년 11월에 첫 회사를 나와 다시 상경했다. 서울에 올라온 첫 날, 마련한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내려다본 서울에는 눈이 내렸었다. 3년 전부터 계획하고 노력했던 결과였으며 나는 이러한 성취에 상당히 고무됐었다. 세상에 못할 것이 없어 보였다.


2007년 어느날 회사에서 신나게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형을 만났다. 나는 그 형과 함께 매일 밤 재즈 공연을 들으러 홍대를 쏘다녔다. 딴에는 신나게 서울 life를 즐겼다. 여한이 없었다.


2008년 5월, 대학생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 8년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신혼 생활은 모든 면에서 서툴렀지만 그런 만큼이나 재미있었다. 어떠한 우연과 필연들에 의해, 그리고 당시 상당히 막연한 이유만으로 MBA를 하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2009년 – 일하랴, TOEFL 공부하랴, 에쎄이 쓰랴 지독하게 시간을 쪼개 썼던 나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고약하리만치 바쁘고, 밑도 끝도 없이 달리던 나날이었다. 늘 책과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과 카페를 다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해해 준 와이프가 고맙고 미안했다.


2010년 – 마지막까지도 합격증이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많이 좌절하고 지쳤었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여러 곳을 다녔고, 소소한 장난을 치는 즐거운 시간도 있었다. 많은 것을 배운 경험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처음으로 나의 어떠한 한계를 보게 된 것 같아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그 와중에도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2011년 2월, 밤사이 미국에서 걸려 온 부재자 통화 기록이 있었다. 다음날 오후 구정 연휴를 맞아 춘천 명동길을 걷다가 해피콜을 받았다. 합격이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내는 울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될 여정의 시작 티켓을 끊은 것이다. 그날로 나와 와이프는 버스를 타고 어렸을 때 살던 대관령 진부에 들렀다. 그날의 기억들이 아직도 또렷하다. 입학 전까지 남은 1년을 맘껏 즐겼다.


2011년 9월, 우여곡절 끝에 회사의 지원을 얻어내어 미국으로 향했다. 강원도 산골에서 자란 생 촌놈이 처음으로 미국에 가서 뉴욕을 거쳐 해노버에 도착했다. 버스가 교정을 한 바퀴 돌고는 터미널에 세우는데 갓 가을에 들어선 해노버와 캠퍼스가 나를 맞이했다. 아름다웠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2012년, 파티와, 케이스와, 밤샘 시험과, 취업 준비 등으로 생애 가장 바쁘고, 힘들고, 멋졌던 한 해를 보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첫 아이 임신을 했고, 7주가 지나 유산을 했다. 우리의 첫 아이는 성별도 모른 채 어느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2012년 여름, 체감 온도가 50도를 넘나드는 오클라호마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온통 축제 분위기인 핀란드에서의 인턴십을 거쳐, 가을에는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을 보냈다. 가방에는 학교 과제인 케이스를 넣고 유럽 방방 곡곡을 돌아다녔다. 가장 행복한 국가인 핀란드에서의 생활은 꽤나 이색적이었고 또 멋졌다. 스페인은 낭만적이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사막에서의 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2013년 졸업과 함게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가지 말라는 듯 늦은 해노버의 봄 풍경은 세상에 다시 없을 마냥 아름다웠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인천의 공기에서는 익숙한 냄새가 났다. 반갑고 편안했다.


2014년 아내가 임신을 했다. 쌍둥이었다. 우리는 종종 낙산공원에 올라 북서울 야경을 내려다보곤 했다. 서울은 그 어느 도시 못지 않게 매력적인 정취를 뿜어냈다.


2014년 겨울에 뜻이 맞는 친구의 제의를 받아 Junior Leadership Program을 시작했다. 자료를 찾아 읽고, 프로그램을 짜고, 홍보물을 만들고, 학생들을 모집하는 모든 과정을 우리는 새로이 시작했다. 그리고 아마도 서로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또는 그런 관계를 맺을 아이들을 만났다. 이 때의 아이들은 고작 고등학교 1,2학년이었다.


2014년이 끝나기 직전인 12월 22일, 두 쌍둥이가 태어났다. 나는 하늘과 바다의 의미를 넣어 아준, 하윤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당시 아이가 태어난 서울대 병원의 혜화역은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병원을 나서며 길가에서 들었던 캐롤송들이 귀를 울렸다. 대학로에는 눈이 내렸다. 나는 그렇게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2015년, 회사를 옮겼다. 최고의 엘리트 동료들과 밤샘의 나날을 보냈다. 힘들었고 재밌었고 많이 배웠다. 이직을 하는 와중에 이사를 했고, 쌍둥이를 보며 새로운 업무를 시작했고, 그 와중에도 Junior Leadership Program을 진행했다. 쌍둥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2016년 초, 현재의 회사에서 채용 제의를 받았다. 2013년부터 시작하여 이 회사에서의 채용 제의가 이번이 세 번째 였다. 내가 깊게 신뢰하는, 오랜 동료를 넘어서 가족 같은 이곳의 임원이 내게 직접 전화를 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장소는 부산이었다.


2016년 3월, 핀란드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다. 한 달 만에 아이들을 보러 춘천에 내려간 차에 어머니가 쓰러지셨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그렇게 어머니의 유언을 듣지 못한 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마땅히 의지할 가족이 없는 아버지께는 작은 푸들 강아지를 입양시켜 드렸다. 아버님을 춘천에 홀로 두고 우리는 부산으로 내려왔다.


2016년 가을이 되어 아이들도 처가를 떠나 부산으로 내려왔다. 이제 우리 가족은 종종 해운대의 모래사장으로 나가 바다 끝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리고 그러는 새에 올해도 마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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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2014. 3. 24. 18:50

한국에 들어온 후 지난 1년을 돌이켜보니 의도치 않게 파란만장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구정 연휴 때 가족들과의 약속 다 취소하고 혼자 유럽까지 날아가서 눈 펑펑 내리는 도시 야경을 내려다보며 면접 준비를 할 때, 내 2014년이 꽤나 다이내믹 하게 펼쳐지겠구나 싶더라.

한국이라는 시장에서 조선해양산업은 중요하고도 몇 안되는 주요 먹거리이고, 이 분야에 조선 엔지니어+MBA조합을 가진 사람은 희소하다는 것을 요즘 피부로 느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저런 뜻하지 않은 제안이 들어왔고, 내 커리어에 선택지가 생긴다는 것이 의외로 스트레스와 갈등을 만들어내더라. 심지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이력이다보니 복귀 후에 자리를 잡기 위해 사내 리크루팅도 동시진행해야 했다. 큰 그림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러 갈래길을 만나니 고민하게 되고 다양한 불확실성이 나를 괴롭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판세가 눈에 들어왔고, 딴에는 적지 않은 이목과 갖가지 감정들이 내 뒤통수로 느껴졌다.

그런 과정에서 요즘 새삼 뼈저리게 느끼고 배우는 것들.

  • 공짜 점심은 없다. 이 세상에 내 입맛에 모든 요건들이 딱 맞는 이상적인 조건도 포지션도 회사도 직업도 없더라. 항상 무언가를 취하면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고, 어떤 장점이 있으면 절충해야 하는 정황이 생기더라. 
  • 타이밍의 중요성. 선택의 상황에서 정보 수집도 좋고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달아보고 미래를 그려보는 전략적 고민도 중요하지만 망설임이 지나치면 똥 된다. .
  • 인생사 새옹지마. 정답은 없다. 알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조차도 사실 대부분은 모른다. 남들의 흥미 본위의 이목과 평가, 급, 엣지, 뽀대, 격, 모조리 의사 결정의 독일 뿐이더라.
  • 진중하게, 크게 멀리 보자. 작은 불합리에 요란 떨지 말자.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고민했던 대부분이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더라.
  • 여기는 학교가 아니다. 일들이 논리적이고 정의로우며 매끄럽게 진행되리라 기대하지 말고 그렇게 대처하려 하지도 말지어다. 나만 고급하고 세련되게 플레이하겠다고? 나만 바보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머리와 평정심을 가지고 대처하자. 아무리 꼬였어도, 빠르던 늦던 결국 해법은 나타난다.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은 더 과감하게,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늦었지만 올해의 내 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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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떠쿠나~ 잘 살고 있나보네ㅋ
    페북 타고 들어 왔다. 너무 생각이 많아 보인다.

    2014.03.28 05:17 [ ADDR : EDIT/ DEL : REPLY ]
  2. 이글을 보지못해 그곳에서의 모토가 뭔지 헷갈렸다
    좀더 멀리보며 하나에 열중하다보면 주변 여러것들이 함께 풀리기도 하는법, 기대와 홧팅을 함께 보낸다

    2014.04.04 01:31 [ ADDR : EDIT/ DEL : REPLY ]

Daily Life2013. 11. 25. 22:14


선박의 운용의 에너지 효율 솔루션 개발 협의를 위해 다시 핀란드에 왔다. 이곳은 200명 남짓의 직원에 비상장 중견 IT기업이지만 지난 2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게 한 좋은 기업 문화와 탄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작년 여름에 인턴십을 할 때부터의 인연이 이어져 이제는 유쾌한 이곳 사람들이 친한 친구가 되었고 사무실은 처가 같이 느껴진다.

편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들과의 미팅과 업무는 상당히 밀도가 높았다. 하루 종일 내가 지칠 정도로 꼼꼼하고 세심하게 안건을 또 보고 고민하고 검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똑똑하다. 특히 수리 능력. 아이디어를 조금 설명해주니 자기 방에 가서 5분 만에 엑셀 모델을 뚝딱 만들어 가져오고 꽤 복잡해진 수준까지 기술적인 대화를 따라오는데 어려움이 없다. 모두들 국내에서 공교육을 통해, 과외나 학원이나 유학 없이 공부한 사람들이다. 젊은 이들은 모두 영어에 능통하다. 스웨덴어, 불어, 러시아어 등은 옵션이다.

일과 후 활동도 눈에 띈다. 3시에서 4시 쯤이 되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전거 헬멧과 복장으로 퇴근을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30분에서 1시간 거리를 자전거로 통학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1달의 여름 휴가 때는 요트로 유럽 일주를 하곤 한다. 미국 Red Bull에서 스폰서를 받아 경기를 할 정도의 프로급 스케이트보더도 있고, 곧 60을 바라보는 한 매니저는 얼마 전에 부인과 함께 헬싱키에서 러시아 중국 대륙을 거쳐 북경까지 10일짜리 기차 여행을 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아이가 셋씩 있는 젊은 이들이 많다. 네 번째 아이를 예정하고 있는 친구에게 대체 넷을 어떻게 키울 작정이냐 물었더니 둘이나 셋이나 넷이나 (경제적인 차원에서) 큰 차이가 없단다. 충분한 육아휴직과 업무 후 개인 시간, 그리고 대학 전까지 양질의 무상 교육이 제공되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4시 퇴근 후는 제 2의 일과의 시작이다. 취미 생활도 중요하지만 자기 공부(특히 비즈니스나 경영 관련된)를 하는 친구들도 종종 보였다. 그런 일과가 가능한 이곳의 생산성이 부러웠다. 아마 이들처럼 집중해서 일하면 나도 한국에서 매일 하는 일을 4시 전에 끝내고 집에 갈 수 있으리라. 그런데 그걸 느긋하게 저녁 먹고 늦게까지 하곤 했다. 그러고나면 퇴근하고서도 딱히 할 일이 없다. 일과 후 시간이 많지도 않거니와 예측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의 삶의 동기가 연봉과 진급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분명히 느꼈다. 그들이 삶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지는 일상적인 대화와 (뭘 자랑스러워 하는지 등) 태도에서 자연스레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때로 이들은 그 이상을 한다. 그 책임감과 열정이 그들이 직장 내에서, 또 사회에서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이다. 제대로 여가를 보내는 모습도 가족을 꾸려나가는 모습도 미국의 합리 주의, 개인 주의와 가족 중심 주의에의 강박스러울 정도의 집착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조금은 소박하게 느껴지는 핀란드 사람들의 보편적인 일상과 청렴함, 책임감과 자존심 등이 이 작은 북유럽 국가의 저력인 것 같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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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n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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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12

    좋네요... 참 좋습니다.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013.12.09 17:22 [ ADDR : EDIT/ DEL : REPLY ]
  2. 자주 글을 쓰고 남기고 ..이게 다 먼 훗날 큰 남을거리가 될거다 소박함 청렴함 게다가 열정을 품은 사람의 모습 지구촌을 우주에서 사뭇 사람냄새 느끼게해주는 강점이리라
    등대가 따로없다 우리사회도 덜 떠들썩하고 차분하게 그런 분위기가 한시바삐 안착되기를 바래본다

    2014.04.04 01:39 [ ADDR : EDIT/ DEL : REPLY ]

Daily Life2013. 4. 3. 13:38


바쁘다. 까짓 블로그 하나 새로 열어서 운영한다는게 이렇게 힘들구나. 이러고도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그것도 나름대로 실망스럽겠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이 배울 수 있을 듯 하다. 여러 모로 생각해봐도 "안 하는 것보다 백 배 낫다."

최근 듣고 있는 Business and Climate Change는 내용과 리소스 하나만큼은 제대로 풍부하지만 솔직히 수업 진행은 저질이라 할 수 있다. 진행이 난잡하고 정리가 안 되어 있는 데다가 숙제도 어떤 식견을 얻게 한다기 보다는 tricky한 산수랄까. 그러고보니 같이 Professional Decision Modeling 을 듣는 Sam이란 친구로부터 하나 배운다. 보스턴의 컨설턴트 출신인데 마지막 학기에 뭐가 아쉽다고 이렇게 모델링 숙제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까 싶었었다. 그런데 긴 안목으로 보면 그런 꼼꼼함과 성실함이 결국 그 사람을 각별히 차별화하지 않을까 싶다. 순진하게 부지런하기만 해서는 안 되지만 언제나 겸손하자. 기왕이면 한 번 더보고 챙기자 싶다.

Ethics in Action은 재미있는 수업이긴 하다만... 이 학교는 분명히 미국 학교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토론의 주제나 Case가 미국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너무 배타적이다. 물론 그래도 악착같이 손들고 한 마디 해보려는데 교수는 왜 자꾸 날 안 집어주냐. 분명 Hue를 "휴"로 발음해야 하는지 "후에"로 발음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넘어가는 것이리라. 이미 얼굴이 익숙한 학생인데 아직도 이름 발음 못 외우는거 좀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거든.

Professional Decision Modeling은 잘 만든 수업이다. 엑셀 가지고 모델링 하는거, 그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고퀄로 가르쳐주나. 우리나라에서는 때려 죽여도 이렇게 꼼꼼히 챙겨서 애들 떠먹여 주는 수업 못 만들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재밌는건, 이런 수업이 없더라도 한국 애들은 어떻게든 알아서 살아남고 관심 있는 애들은 배울 거라는거. 한국 사람들 참 열심히 하고 똑똑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제한된 시간으로 또 압도적인 분량의 일거리들을 저글링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난 이런 학생 체질은 아닌가보다. 일할 때 일 하고 쉴 때는 고민 없이 쉬는 직장인이 좋았다. 몰아서 바쁘다가 방학 같이 몰아서 쉬는 거 나에겐 효율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실컷 놀다 간다 - 이런 생각은 전혀 없다. 그것보다는 무언가 재밌는거 찾아서 이루어내서 남기고 싶다. 

간만의 잡상 끝.

2013 4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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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2013. 2. 26. 09:52


Dartmouth College는 작은 규모의 대학이다. 그렇지만 미국 특유의 투박하고 낡았으면서도 이상하게 멋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그 중에서도 Baker Library 2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오래된 책 냄새, 사락 사락 종이 넘기는 소리, 키보드 치는 소리. 책을 읽다가 잠깐 졸다보면 어느새 밖은 어두워져 있다. 

아마 졸업하고 나면 많이 생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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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2013. 1. 14. 00:07


어제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공연 센터에서 흥미로운 공연들을 많이 내놓아 아내와 함께 표를 사러 갔었다. 공연 가격은 꽤 싸서 한 장에 15$이다. 학교 인지도 때문인지 이 시골마을에도 제법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심심찮게 들르는 듯 하다. 팜플렛을 보니 다트머스 학생은 학생할인으로 5$에 티켓을 살 수 있다. 15$도 모자라 5$라니, 꽤나 쏠쏠하다.

작년이 생각났다. 같은 곳에서 표 살 때 학생증을 안 가져왔었는데, 점원이 그냥 시스템에 이름을 쳐 넣으니 내가 다니는 학과와 학생 번호가 나온다. 점원이 이게 너냐고 물은 후, 그렇다고 하자 쉽게 학생 할인가로 표를 내준다.

그래서 문득 드는 생각이, 급한 것도 아닌데 누구 학교 친구 이름을 대서 아내를 이 학교 학생이라고 속이고 아내 것도 싼 값에 살까 싶은거였다. 보려고 하는 공연이 여러 개라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가격이 꽤나 차이나고, 그렇게 샀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는 아닌 듯 싶었다. 그럴 리는 거의 없겠지만 만에 하나 그렇게 하다 걸리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점원에게 경멸 섞인 눈초리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훈계를 들은 후 멋쩍게 자리를 나서며 끝날 수도 있겠지만... 아니, 그간 미국에서 지내온 감이 그 정도로 끝나지 않으리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1년간 미국 사회에 있으면서 내가 한국 사회와 가장 차이난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미국의 무식하다 싶을 정도의, 우리가 종종 융통성이 없다고 표현하는, 철두철미한 준법정신이다. 이게 반드시 미국 사람들이 법을 완벽히 다 지킨다는 표현하고는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그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미국의 준법정신이란, 이곳의 사람들이 불법을 대하는 잔인하고도 엄중한 태도와 사회적인 분위기를 말한다.

아주 사소한 법규라 할지라도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곧 그 사람의 신뢰도를 대변한다. 미국은 철저한 신용사회다. 저 혼자 리스크 지고 불법하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그것을 명백히 알았는데도 용인해주는 사람도 범법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신뢰를 잃는다. 한 번 신용을 잃으면 정말 회복하기 어렵고, 아주 불편하고 어려운 사회 생활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듯이 "에이 아시면서~", "비슷한 처지에 왜 이러세요" 배시시한 미소에 찡긋하며 눈감아 주기를 청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상대방도 그 지역과 사회에서 신용을 잃는 리스크를 감수해 달라는 말과도 같다. 더구나 좀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사람에게 이런 청을 하지 마라. 모처럼 얻은 친구를 영영 잃을 것이다.

예전에 미국 살던 친구가 해줬던 말처럼,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믿어 주고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걸리면 정말 가차없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지키고 사는 것이다. 그리고 지키고 사는게 제 1 순위로 보호된다. 정지 신호 앞에서 일일이 정지하고, 한적한 도로에서 다소 낮은 제한 속도를 지키며 달려도 성질 급한 뒷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지 못한다. 법규 지키며 가는게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늘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누군가 앞차에 대고 빵빵 울려대면 모두가 그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다. 남에게도 불법을 강요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 혼자 경찰한테 걸릴 리스크 지고 추월해 갈 일이다. 그거야 뭐 내가 어쩌겠는가. 그게 내가 본 미국 사회의 준법에 관한 사회적 압력이다.

여기에는 귀족이라는 특권층이 없는 상태로 시작된 미국의 법치주의 역사와 개인주의에 기반한 상업국가라는 특징이 원인으로 꼽힐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법규를 지키고 사는게 가장 우대받는 사회적 분위기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미국을 지금까지 이르게 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법은 단정하게 명시되어 있고, 정서보다 명료하고 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시스템과 기타 모든 것들이 좀더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것, 그리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어렵다. 때로는 지키라고 정해 놓은 것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순진하거나 바보라고 조롱당하기도 하고, 너만 깨끗한척 하냐 얼마나 잘되나 보자 같이 저주를 받기도 한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공정하고 일관되지 못하니 종종 동기부여의 불이 꺼진다. 아마 내가 오늘 15$을 곧이곧대로 내고 티켓을 샀으면 잘 했다고 칭찬해 줄 한국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사람들 세계 누구 못지 않은 뜨거운 에너지를 지녔지만 왜 2% 부족한 채 선진 사회로의 문턱을 넘지 못할까. 우리가 마저 달성해내야 할 남은 효율성이 이곳은 아닐까.


나는 표를 그냥 제값주고 사기로 했다. 아, 점원이 올해부터는 학생증이 있으면 4개까지 학생 가격으로 살 수 있단다.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긴 많았나보다. 결국 전부 5$에 샀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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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2013. 1. 1. 00:01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 그리고 아마도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지나간 지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고들 합니다. 빈부와 출신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받지요.

그런데 그 절대적인 시간에 비해, 우리가 사용 가능한 시간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실은 시간은 건강한 사람에게 더 많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새해에 이루시는 바 성취를 빌기 이전에, 여러분 새해에는 더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더 많이 웃으시고, 술담배는 적당히 하시고, 꾸준히 운동을 즐기는 2013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시간을 버는 비결"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2013년 한해에도 건강하고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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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2012. 9. 21. 06:58



이곳 스페인에도 이제는 제법 가을 기운이 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선선하게 느껴진다. 아직 가을 냄새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아침에 가을 냄새가 날 때가 있다.)

낮설던 길거리나 사람들도 슬슬 익숙해져 간다.

또 많은 Case reading이 기다리고 있지만 1학년에 비하면 마음은 한결 편하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듣는 수업들이 꽤 재밌다. 심심하면 번쩍 손 들고 하고 싶은 말도 맘대로 한다.

서양 애들은 역시 벽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제 와선 아무려면 어떠냐 싶다.



그래서 문화적인 공감대가 중요한가 보다. 이야기 하다보면 왠지 소재가 금새 떨어져서 어색해지곤 하니까. 뭐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그냥 그런거지.

아내와 방에 앉아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괜히 짠해진다.

이곳에 교환 학생으로 온 중국 애들이 한국에 놀러갔던 사진을 봤다.

나한테는 새삼스럴 것도 없는 풍경인데 그게 그렇게 좋았나보다.

아, 나도 이제는 내가 살던 곳, 나와 함께 하던 사람, 내가 즐겨 먹던 것들이 그립다.

어디에든 좋은 추억은 가득하다. 슬프고 힘든 일들도 가득하다.

그래도 가끔씩 이렇게 회상하며 피식 웃을 수 있으니 그 또한 좋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르지만 아마 바쁜 내일을 맞으면 또 금새 잊고 지내겠지.

그런 면에서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역시 시간이다.


어쨌든, 좋은 밤이다.


2012 9 21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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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2012. 8. 20. 05:03


아이가 생긴다면 내 블로그 등을 온통 아이 사진으로 채울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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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2012. 8. 15. 21:58


이곳의 Product manager로부터 제품 시연을 본 후에 우리는 Maritime industry 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발틱과 북해 지역에서 운용되는 핀란드의 한 선사에서 첫 경력을 시작한 그는 너무나도 복잡해진 shipping financing과, 또 선사들의 분리된 조직 구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은 선박의 에너지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IT solution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의 비전은 과거 Container의 등장이 인류 물류 역사에 혁명을 가져왔듯이, 앞으로는 대량의 에너지원을 장거리 수송하는 에너지 물류를 실현시키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우리는 또 인류와 역사를 함께한 shipping 과 shipbuilding industry가 그 경제적 규모에 비해 얼마나 인지도가 낮은지, 그와는 역설적으로 얼마나 지속적이고 많은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Entrepreneurship, small and medium business management, International cultures and communications, Enterprise Information systems, Maritime Administration 등 다수의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또 MBA를 생각하고 있었다. 01학번이니 서른 살 초반쯤 되었을까. 이미 자신의 비전도 있고,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확고하고 어느 Business school이 그런 자신의 plan에 적합한지 유럽에서 미국까지 두루 조사했더라. (한때 음료회사로부터 스폰서를 받아 뛸 정도로 Skateboard 전문가 이기도 했다.) 어찌 되든 언제가 되든 좋은 학교로 가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우리는 앞으로도 두루 교류하기로 결연을 맺었다.

Shipbuilding, shipping, heavy industry 이런 키워드와는 참 거리가 먼 낮선 미국 동부의 땅에 와서 1년간 공부하면서, IT, Consulting, Banking, Finance와 같은 이른바 Mainstream의 주변을 서성거리며, 나는 어눌하고 한물 간 태생인가 싶어 종종 우울했었다. 그런데 그저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만든 Jones Act가 결국 독이 되어 미국의 해운 조선 산업을 말아먹었을 뿐이고, 그저 바라보는 맥락과 프레임이 달랐을 뿐이었던 거다. Maritime industry에도 많은 기회와 다양한 무림의 고수들이 있고, 무식하게 철판 때우고 냄새나는 기름을 만지는 산업 같지만 한편으로는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했던 역사와 바닷 사람들의 오랜 손때가 묻은 낭만적인 스토리도 있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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