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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13 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Something I enjoyed2014.05.13 22:51




“플루토크라트 Plutocrat는 그리스어로 부를 의미하는 pluto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os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부와 권력을 다 가진 부유층>을 뜻한다.”


“플루토크라트,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어들였는가?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글로벌 슈퍼엘리트로 부상한 전 세계 상위 0.1퍼센트 신흥 갑부들을 조명한 이 책 [플루토크라트]는 관음증적 시선으로 부자와 유명인의 화려한 라이프스타링릉 엿보는 책도, 그렇다고 그들을 힐난하는 책도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공산주의의 자본주의로의 이행, 신흥 경제의 등장 등과 같은 세계적인 부와 권력의 재편 과정에서 나타난 괴물은 다름 아닌 부의 불평등이었다. 미국의 소득 분배 추이를 보여주는 여러 통계 자료는 내 상상을 적잖이 초월했고, 이는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남미, 인도를 중심으로 일어난 세계적인 트랜드였다.


극부층, 상위 0.1%의 삶에 대한 소개라니, 내용이 어떨게 전개될 지 뻔해 보였다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나는 스스로가 플루토크라트의 등장과 이를 만들어낸 시스템을 적잖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과거 군주나 귀족 계층과 같이 부와 권력을 세습하던 집단과는 전혀 다른 태생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메커니즘과 사고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과거 토지와 같은 부동산이 주요 자산을 차지했던 군주와는 달리 플루토크라트는 국가와 인종 같은 태생적인 한계를 완전히 초월하여 그들만의 인맥을 형성한다거나, 그들 중 대부분이 과거 귀족 계층과는 다르게 자수성가한 또 매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등. 저자인 크리스티아는 이들과 가진 넓은 인맥과 그간의 언론인 경력을 활용해 이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가급적 진솔하게, 그리고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점으로 그려내려 애썼다. (그렇지 않았으면 진작 책을 덮어 버렸겠지만) 관계자들을 인터뷰에 불러 놓고 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으로 당황하게 했던 다큐멘터리 Inside Job과는 꽤 대조적인 태도이기도 하고.


플루토크라트들의 수입의 대다수는 금융업을 통해서다. 거대한 규모의 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정부와의 유착, 로비 활동이나 합법적이거나 불법적인 뇌물과 같은 기술이 사용된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미국 월가와 월가 점령 시위, 1%에 대항하는 99%의 저항이라는 슬로건과 같은 이슈로 논의를 옮겨가게 한다. 세계 금융위기를 가져온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월가 출신의 플루토크라트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말해진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플루토크라트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인지적 오류였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움직이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그러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사회에도 이득이라는 공통된 믿음을 서로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경제의 발전을 통해 하위 계층 조차도 과거에 비해 일반적인 삶의 질의 향상을 이루었으니까. 그래서 플루토크라트들은 자신의 기업, 산업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 더 나아가 사회의 이익과 항상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득권과 극부 계층이 절대악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사명감과 선의를 담은 포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 (동시에 자신만의 이윤도 추구하고)


기업의 경제 발전이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견인해 줄 것이라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 효과에 대한 플루토크라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대해 저자는 은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느꼈다. 비단 미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사회 전반에도 이로울 것이라는 인지의 오류에서 생겨난 믿음과 그를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과 권력이 누군가에게 주어질 때 플루토크라트가 아닌 남은 99%는 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법 두껍지만 간만에 재밌고 유익하게 읽은 책이었다.



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Plutocrats - "The Rise of the New Global Super-Rich and the Fall of Everyone Else"

크리스티아 프릴랜드(Chrystia Freeland) 지음 | 박세연 옮김

출판사 열린 책들










미국의 부의 편중을 보여주는 인포그라픽. 꽤 충격적이기도 하고, 정말 잘 만들기도 했다. 꼭 보자.


비슷한 주제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말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Inside Job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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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nume